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뉴햄프셔 주(州)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버니 샌더스 의원의 강점 중 하나로 슈퍼리치의 자금을 받지 않는 것이 꼽히고 있다.
샌더스 후보가 단 하루도 안 되는 시간 안에 520만달러(약 62억3000만원)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모집했으며 대부분이 소액 후원금이라고 USA투데이는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더스 후보는 전날 승리 연설에서 "오늘 밤 뉴욕으로 가지만 월가에 선거자금을 모금하러 가는 게 아니다"며 "월가 대신 나는 바로 이곳, 이 자리에서 미 전역(일반 국민)을 상대로 선거자금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끝까지 선거를 치룰 수 있도록 후원금을 기부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랜 기간 공직에 몸 담아 고액 기부자들과 친밀하다. 이는 샌더스 의원이 선거 자금을 모으는 데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샌더스 의원의 후원금은 힐러리 전 장관을 압도했다. 선거 자금 모금에서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 전 장관을 앞 선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이렇듯 슈퍼리치의 돈을 거부하고 일반 국민의 십시일반에 의존하는 샌더스 의원의 행보야 말로 최대 강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커몬 코커스의 회장인 마일스 라포포트는 성명을 내고 슈퍼팩 구성을 거부한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는 실권자와 고액 기부자로부터 자신들이야 말로 독립적인 후보라고 주장하면서 큰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선거 캠프 자금이야 말로 이번 선거에서 매우 “결정적인 이슈”라고 진단했다.
지난 2010년 미국 대법원이 슈퍼팩(민간 정치 자금 단체)을 합법화하며 선거금 기부 한도액 제한을 없애자, 슈퍼리치들은 거액의 정치자금을 내기 시작했다. 돈이 선거를 주무르는 금권정치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많았다.
한 예로 지난해에는 석유회사 코크인더스트리의 대주주인 코크 형제가 “대선을 위해 9억달러(약 1조)를 뿌리겠다”고 하자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한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코크 형제 리조트로 찾아가 25분씩 정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쯤 외신들은 이번 선거에서는 슈퍼팩의 효과가 비교적 작을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한 예로 공화당 후보 젭 부시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슈퍼팩 라잇투라이즈(Right to Rise)를 통해 1억300만달러(약1165억원)나 모아 막대한 돈을 홍보에 쏟아 부었지만 지지율 반등은 커녕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샌더스 의원은 “거대 다국적 기업의 CEO는 힐러리를 좋아한다”며 "클린턴 전 장관이 월가 개혁을 말하지만 지킬 가능성이 없다"며 스스로를 보통 국민 99%를 위한 대통령으로 부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