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예능 전쟁터’에선 살아남기 위한 승부는 귀경길 전쟁만큼 치열했다. 지상파 3사는 정규 편성을 노리며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우후죽순 쏟아냈다. 특급 예능인은 물론, 언제나처럼 자기들끼리 신난 아이돌도 어김없이 판을 쳤다.
신작 예능의 범람에서 승자는 이경규였다. ‘몰카 배틀’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MBC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심야시간대의 먹방·쿡방이 비만을 야기한다. 밤 11시 이후 먹방·쿡방을 추방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그는 설 연휴, 오전 8시에 ‘이경규 요리원정대’라는 쿡방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을 끄는 데 성공했다.
KBS만이 시청률 10%를 넘긴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특집은 ‘머슬퀸 프로젝트’. 설 음식을 실컷 먹은 자책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인 설 다음 날 오후에 편성하는 영리함이 돋보였다.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매를 만든다는 목표로 늘씬한 여자 아이돌을 카메라 앞에 세워 여성 시청자에겐 운동 정보를, 남성 시청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다 모인 설 연휴, “애플힙”이라며 출연자 엉덩이를 집요하게 클로즈업하고, 반라의 몸으로 봉춤을 추는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한 집은 4.2%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