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한국은행의 통화량 확대 공급에도 불구하고 통화 유통 속도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은행의 통화량 지표와 국민계정 지표 추산 결과에 따르면 통화 유통 속도는 지난해 3분기 0.71로 전분기 0.72보다 0.01포인트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0년 1.51이었던 통화 유통 속도는 점차 하락해 1998년 0.88까지 하락했으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0.76~0.78 수준에 머물렀다. 2014년 2분기에는 0.74까지 떨어졌으며 같은 해 4분기에는 0.72로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 1분기에는 0.73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2분기에 다시 하락했다.
통화 유통 속도뿐만 아니라 통화 승수도 지난해 3분기 17.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 승수는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시중 금융사를 통해 몇 배의 통화를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통화 승수는 1999년 3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유지해 2014년 20 아래로 떨어졌다.
시중 통화량이 매월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급팽창하고 있지만 통화 유통 속도가 최저 수준인 것은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시중 통화량(M2·광의통화)은 2242조8000억원(평잔·원계열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월별 증가율은 지난해 9월까지 6개월간 9%대를 유지하다 소폭 하락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경기 회복을 위해 2014년 8월과 10월, 지난해 3월과 6월 등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포인트 내리는 방법으로 시중 유동성을 확대했다. 한은은 이 같은 기준금리 인하로 민간신용이 201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신용 증가 규모는 2001년 2월부터 진행된 5번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중 가장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득 증가 및 소비 회복, 투자 증대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금융기관의 머니마켓펀드(MMF), 수시입출식예금 등 단기성 수신의 통화량 대비 비중이 커지는 등 신용증가로 확대된 유동성이 금융권으로 환류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경기 부진 상황에서는 이 같은 금리 인하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한은이 돈을 풀어도 실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면서 "소비활성화나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유효수요 자체를 직접 늘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