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세계은행(WB)과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긴급 자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 붕괴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WB와 ADB에 요청한 금액은 각각 25억 달러, 1억 달러 등 모두 35억 달러(약 4조 2230억원)다. 긴급 자금을 요청한 것은 저유가에 따른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국가 소득의 70%를 석유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충당했으나 올해는 3분의 1로 급감할 전망이다.
케미 에이더슨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대출은 예산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일 뿐"이라며 "WB가 3% 이하의 이자율을 제시한다면 채권시장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WB의 내부 정책상 대출 요청 국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승인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해진다.
진 리언 IMF 나이지리아 대표는 "저유가 현상에 따라 나이지리아가 심각한 외부적·재무적 난관에 직면한 것에는 동의한다"면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필요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앞서 또 다른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도 지난달 자본 통제를 강화하고 WB와 IMF에 긴급 자금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가 영향으로 주요 산유국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자칫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도미노 붕괴 가능성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의 신용등급을 투기 또는 정크 급인 'BB+'로 강등했다. 저유가에 따라 올해 아제르바이잔의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카스피해 연안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전체 수출의 95%, 정부 재정 수입의 75%를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WB와 IMF는 아제르바이잔에 4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