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안 칼럼 “럭셔리 브랜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2016-0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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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기자의 질문에 답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의택 기자]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1922년 스왈로우 사이드카에서 시작한 재규어의 창립자 윌리엄 라이온스 경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중 살아있는 생명체에 가장 가까운 것이 자동차”라고 말했다. 재규어는 이런 철학에 맞는 자동차를 81년간 생산하며 ‘고성능’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선보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수석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신형 XJ의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한 후, 기자와 만나 재규어 디자인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고된 인터뷰에도 그는 친절하고, 상세하게 자신의 철학을 전달했다.
이안 칼럼은 “예전 재규어 MK2의 옆면을 보면 플랜 세이프(Plan shape, 평평한 형상)를 갖고 있다. 재규어는 이 형태를 유지해 왔고, XJ도 마찬가지다. 차체에 너무 많은 라인을 주면 시각적으로 해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형 XJ는 1968년 시작된 XJ의 본질을 이어가려 했다. 사실 나는 이 차에 매력을 느껴 재규어로 왔다”고 했다.

이안 칼럼은 재규어의 전통이 디자인의 제약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전통은 매우 중요하다. 전통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오히려 쉽다. 나는 디자인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생각한다. 앞선 모델을 카피를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테리어 소재에도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가치를 살려 재해석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절제하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XJ는 각 국가 법규에 맞추는 것도 고민했다.”

이안 칼럼이 신형 XJ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재규어 제공]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가 소형차 시장에 공을 들이는 추세와 관련 “재규어는 포드 산하 시절 X타입을 만든 이후 중단했다. 그러나 XE를 내놓고 자신감을 찾았다. 독일 업체들은 소형차 역사가 오래됐는데, 재규어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뛰어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일단은 한단계씩 진행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재규어는 패밀리룩을 강조하다보니 차종이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아직 재규어를 모르는 이들이 많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야겠다는 의도였다”면서 “사실 나는 별로 비슷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차를 봤을때 한눈에 재규어임을 알게끔 했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패밀리룩이다.

재규어가 선보인 F-PACE는 이보다 작은 크로스오버카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안 칼럼은 향후 출시 차종에 대한 언급은 꺼렸다.

다만 그는 천천히 기다려달라고 강조하며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랜드로버와의 시장 간섭 우려에 대해 “크로스오버에 뛰어든 것은 시장이 크다는 것이고, 재규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랜드로버와 문화가 다르고, 둘다 시너지를 이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두 브랜드는 강조하는 부분과 스타일이 큰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또 “사실 랜드로버 입장에서는 포르쉐에 빼앗기는 것보다 재규어에 빼앗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안 칼럼은 브랜드의 스토리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재규어 제공]


최근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보이며 럭셔리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앞서 이 시장에 진입한 혼다의 어큐라나 닛산의 인피니티 같은 신흥 럭셔리 브랜드는 아직 확고한 이미지 구축을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이에 확고한 자신의 철학을 얘기했다. “해리티지(역사)는 핵심적인 요소나 필수는 아니다. 프라다나 루이뷔통 등도 스토리의 실체가 있고, 소비자들은 이를 신뢰한다. 재규어의 강점은 레이싱 기반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라며 "어큐라나 인피니티는 이런 부분에서 부족하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럭셔리카 고객층에 다가가기 어렵다. 재규어와 마찬가지로 벤츠, BMW, 포르쉐도 스토리가 있다. 브랜드 역사는 일부분이지만, 특정한 가치를 준다. 제품별로가 아니라, 브랜드로 모였을 때 가치가 있다. 이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결국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럭셔리 브랜드면에서 해리티지가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후발주자인 제네시스가 뛰어넘어야 할 부분도 바로 이런 점이다.

이안 칼럼은 마지막으로 카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내가 업계에 들어왔을 때 이 분야는 이탈리아나 미국에서 대부분 일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산업 디자인을 먼저 전공했다. 지금은 이 업계에 대해 어린이조차도 책이나 기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며 " 자동차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학교에서 수학과 기계적, 창의적인 측면을 동일하게 배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모두 가치가 있다. 또 업체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더 높아지고 있다. 100명 중의 전공자 중 대략 10% 남짓이 업계에 들어온다. 자동차 디자인은 제품을 살릴 수도, 망하게 할 수도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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