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는 4·13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의 거취 논란을 해소함과 동시에 의장 본연의 ‘중립적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여야에 제안한 국회선진화법 중재안 합의를 촉구하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야권 신당 합류 가능성도 차단했다. 그는 “20년 동안 5대 국회를 거쳐 의정활동 하며 많은 은혜를 입은 새누리당을 저버리는 일 역시 없을 것”이라면서 “의장이 무소속인 이유는 여야를 넘어서 불편부당하게 행동해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이끌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처럼 중립적 입장을 공고히 하면서, 앞서 제안했던 현행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의 ‘안건 신속처리 제도(패스트 트랙)’와 관련 이날 새로운 중재안을 내놨다. 지정된 신속처리 안건의 심의 시한을 현행 330일에서 약 4분의 1 수준인 75일로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나흘 전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을 재적 의원 60% 이상 요구에서 과반 요구로 완화하자는 안을 여야 모두 거부하자, 심사기일 완화를 새로 추가한 개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정 의장은 “안건 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재적 의원 과반수(요구)로 바꾸고 심사 기간도 75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과반수 요구로 신속 처리 대상을 지정해 75일 이내에 처리한다면 시급한 민생 경제 현안에 즉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기일을 75일로 줄여 원내 과반 의석인 새누리당이 오는 5월까지인 19대 국회 회기 내 단독으로라도 쟁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정 의장이 터준 셈이다.
다만 정 의장은 새누리당이 ‘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재적의원 과반수로 완화’토록 한 선진화법 개정안에는 “다수당 독재 허용 법안”이라며 거듭 반대를 표했다.
그는 “너무나 위험하고 과격한 발상”이라며 “이는 재적과반수 차지한 정당이 상임위 논의 등 모든 입법절차 건너뛰고 원하는 법안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의장은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심사 시한을 두는 제도를 도입, 90일의 기한을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토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법사위원장과 간사가 서면 합의한 경우와 법사위원의 과반수가 서면 요구하는 경우만 심사 기한을 60일 이내 범위에서 1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의장은 마지막으로 2차에 걸쳐 중재안을 제시한 선진화법 개정안을 여야가 적극 수용, 합의를 도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선진화법은 19대 국회 내에 반드시 고쳐 달라. 20대 국회까지 식물국회의 족쇄를 채울 순 없다”고 당부했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24일까지 이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과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26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나, 의견차가 첨예해 1월 국회 내 처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 의장의 불출마 입장 발표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선진화법 중재안에 대해서는 기존에 당에서 제시한 안도 있으니 함께 병합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19대 국회에서 국회법을 반드시 개정하는 한편 여러 경제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며 의장의 직권상정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지난 23일 회동에서 당초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제정안을 29일 본회의 처리키로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24일 회동에선 일괄타결에 실패해 1월 국회내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구 획정안도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고 지역구 의원 수를 7명 늘리자는 전날의 원칙적 합의를 재확인했지만, 29일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더민주의 요구와 이를 노동개혁 법안과 연계해 함께 처리하자는 새누리당 요구가 충돌해 최종 합의가 불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