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황에 따뜻한 겨울까지, 패션업계 고사 위기

2016-01-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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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2시. 롯데백화점 본점은 국내 소비자와 요우커로 북적댔다. 하지만 유독 6층 아웃도어 매장은 한가한 모습이었다.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 등 일부 매장에는 패딩 제품을 고르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매장 직원은 진열대를 정리하거나 컴퓨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10일 오후 1시의 롯데백화점 일산점도 마찬가지였다. '세일'이라는커다란 입간판이 걸려있었지만 아웃도어 매장은 한산했다. 1~2층 매장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9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7도까지 떨어졌다. 오후에도 영상 1도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등 추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갑작스럽게 얼어붙은 날씨 덕분에 아웃도어 브랜드가 웃음 지을 만도 하지만 업체들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다.

아웃도어 직원은 "해비다운 등 겨울 상품은 보통 11월부터 다음해 1월 중순까지 집중적으로 판매돼 업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번 겨울은 예상과 다르게 너무 따뜻해 판매가 부진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다른 브랜드 직원 역시 "올해는 매출 부진이 작년보다 더 심할 것 같다"며 "경량패딩이 그나마 팔리긴 했지만 세 벌 가격이 헤비다운 한 벌과 비슷하기 때문에 부족한 매출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올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소한(1월 6일) 이후에야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기온은 3.5도로 평년보다 2도나 높았다. 기상관측망을 대폭 확충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때문에 아웃도어 업계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월 이후에도 한동안 추위가 계속되겠지만 소비자들은 심리적으로 '겨울이 끝나간다'며 지갑을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2~3층에 위치한 여성복 매장에는 겨울 패딩이나 코트 대신 봄 신상품이 보였다. 아웃도어 매장만 겨울을 놓지 않고 있는 분위기였다.

상품권을 증정하거나 최대 50% 할인 등 재고 처리에 사활을 거는 곳도 있었다. 재고 처리는 신제품 판매 둔화를 이끄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만, 지금 당장 매출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현재 아웃도어 전체 재고량은 6~7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웃도어 시장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불황에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울고 싶은 심정이다"며 "재고 소진을 위해 신제품 물량을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이마저도 판매가 예전치 못해 매장에서 빛 한 번 못 보고 창고로 갈 제품이 쌓여있다"고 한숨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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