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KT와 LG유플러스가 29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관련 심포지엄에 편향성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파행으로 얼룩졌다. 특정 기업의 견해를 대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산업 현안과 해결방향 모색’ 심포지엄 시작 10분 전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참석을 요청받았으나 발제문이 SK텔레콤 주장과 요구를 그대로 대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성춘 KT 상무와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가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김성철 고려대 교수의 발제에서 ‘인수기업 투자로 케이블망이 기가급으로 업그레이드된다’는 주장에 대해 “CJ헬로비전은 이미 2017년까지 기가인터넷 커버리지 90% 확대 계획을 밝혔다”며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SK텔레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와 2위 사업자 간 격차가 확대되는 등 케이블업계가 지속 쇠퇴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케이블업계 쇠퇴 원인은 SKT가 이동전화 지배력으로 방송상품을 결합,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양호한 케이블 1위 사업자를 인수한다고 해서 수십 개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존재하는 케이블 업계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케이블 사업자 간 통합의 구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또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들어오면 케이블 상품 해지 후 인터넷 기반 방송서비스인 OTT(Over the Top)로 전환해 국내 유료방송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넷플렉스 등 외국 자본이 들어온다고 해서 케이블 가입자가 이탈할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넷플렉스가 케이블 플랫폼의 대체재로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해외도 1위 사업자와 경쟁할 대형 사업자 등장에 대해 적극적이라는 데 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쟁·규제 당국은 경쟁관계에 있던 사업자의 소멸에 따른 경쟁 둔화 및 소비자 선택 축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심지어 3,4위 사업자 간 합병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발제문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계열이 여전히 1위’라고 나와 있다. 이에 KT·LG유플러스는 “관련 시장을 전국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FCC는 AT&T와 DirecTV 합병을 비롯한 여러 유료방송 사업자 합병 사례에서 일관되게 관련시장을 ‘지역’으로 획정하고 있으며 발제문은 이 사실을 간과했다”고 밝혔다.
또 발제문에는 ‘해외 규제기관은 통신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를 인수 합병할 시 활동의 ‘보완성’을 인정해 승인하고 있다‘고 나와 있으나 KT·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 권역 내에서 유료방송 커버리지가 중첩되고 양 사업자 모두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고 있어 보완이 아닌 대체관계”라고 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케이블업체 컴캐스트(Comcast) 견제 효과를 예상해 통신사업자 AT&T의 DirecTV 인수를 허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FCC의 인수합병 승인 문서 어디에도 ‘1위 유료방송사업자 Comcast 견제 효과’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양사가 경합하던 일부 지역에서 사업자가 축소돼 소비자의 선택이 감소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럽 통신사업자 Altice는 미국 시장에서 QPS 전략(방송·인터넷·인터넷전화·이동통신을 결합해 판매)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의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하고자 한다는 데 대해서는 “Altice는 미국에서 모바일 서비스 부문을 갖고 있지 않다”며 “모바일이 없는 사업자가 어떻게 QPS를 제공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KT와 LG유플러스의 불참에 대해 “방송통신 현안을 주제로 토론하는데 혼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토론을 통해 서로 잘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