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돈과 효도를 맞바꾸는 효도계약서 작성이 필수가 된 시대

2015-12-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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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동재 기자=
②돈과 효도를 맞바꾸는 효도계약서 작성이 필수가 된 시대

지난 2011년 A씨(75)는 "조부모님의 제사를 지내달라"는 조건으로 아들에게 3억원을 건넸다. 하지만 2년 후 "아들이 제사를 잘 지내지 않으니 돈을 돌려줘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가 부모에게 순종적인 나를 특별히 아껴 (조건 없이) 3억원을 증여한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증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들의 손을 들어 줬다.
 
 2009년 B씨(85)는 "잘 모시겠다"고 말해 왔던 아들에게 집과 임야를 모두 증여했다. 그러나 아들은 재산을 모도 경매로 넘긴 뒤 자취를 감췄다. C씨(여·84)도 "잘 받들겠다"는 아들의 말을 믿고 2010년 모든 재산을 넘겼다. 이후 백팔십도로 달라진 아들은 막대기 등으로 C씨를 수시로 폭행했다. 견디다 못한 C씨는 집을 나와 노인전문보호기관에 몸을 의탁할 수 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가족관계에 익숙한 부모들은 '내 새끼들 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봉양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법적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덜컥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기 일쑤다. 문제는 일단 재산을 받은 뒤 태도가 돌변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거나, 심하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노골적으로 박대하기도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부양료를 달라'며 낸 소송 건수가 폭증하고 있음이 이같은 세태를 입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151건이었던 부양료 청구 소송은 2014년 262건으로 10년 사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발생한 노인학대 사건만도 5772건에 달한다.
 
배신감과 절망감에 빠진 부모들이 자녀에게 반환소송을 한다고 해도 쉽게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부담부 증여'(상대방에게 부담이 있는 증여)라는 점이 입증될 경우 부모의 주장을 받아 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즉 자녀가 이행해야 할 부담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는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주었던 부동산을 다시 반환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지난 27일 판결도 서면 각서 내용에 의해 부담부 증여가 인정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민법 제556조 제1항은 특정한 사유(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또는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해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사소송 전문가들은 부모·자식간에 너무 야박하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반드시 '효도계약서'로 불리는 각서를 만들라고 조언하고 있다. 대부분 각서 형태인 효도계약서는 별다른 양식이 필요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부양의 정도, 증여 재산의 목록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적으면 된다.  특히 '만약 자녀가 부양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증여 재산을 반환한다'는 부분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세상이 각박해 지면서 재산을 둘러 싼 부모·자식간이나 일가 친척들 사이의 분쟁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증여 뿐만 아니라 상속과 관련된 재판도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04년 2만1709건에서 2013년 3만5030건(유언에 관한 사건 262건 불포함)으로 상승했다. 2013년 사망자 수가 26만6257명(통계청 통계)이란 점을 고려하면 8명 중 1명꼴로 상속 분쟁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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