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매년 이맘때면 전자업계의 시선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쏠린다. 이곳에서 열리는 CES(소비자 가전전시회)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점차 자동차업체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올해는 폭스바겐과 GM의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올해 CES에서 주목받을 제품 중 하나는 자율주행자동차다. 이미 수년째 콘셉트카로 선보이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이제 상용화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도 관련 기술을 이번 CES에 선보이며 흐름에 동참한다.
이 논문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피할 수 없는 사고를 맞닥뜨렸을 때를 가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행 중 앞에 사람들이 10명 정도 서 있는데, 그대로 주행할 경우 10명을 치게 되고 방향을 바꾸면 한 사람을 치게 되는 경우다. 또 다른 경우는 그대로 주행하면 10명을 치게 되고 방향을 바꾸면 운전자가 크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어떤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할까?
이 문제는 윤리학의 고전인 ‘트롤리 딜레마’의 변형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트롤리 사례’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전차의 기관사이고 저 앞에는 다섯 명의 인부가 있다. 브레이크를 잡아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인데, 오른쪽에 있는 비상철로에는 인부 한 명이 작업하고 있다. 선로를 당겨서 비상철로로 이동하면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는데 이는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또 다른 사례는 ‘인도교 사례’다.
“이번엔 당신이 철로 위 다리에서 전차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다. 선로 위에 있는 다섯 명의 인부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옆에 서 있는 뚱뚱한 남자를 밀어 떨어뜨려 전차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는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한 설문조사 결과, 트롤리 사례에서는 85%의 응답자가, 인도교 사례에서는 12%의 응답자가 ‘그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수십 년 안에 도로를 지배할 자율주행차가 맞닥뜨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람이 아니라 제조사가 미리 도덕적인 판단을 내려 프로그램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도덕적인지 판단하는 건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여러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될 수도 있는 차를 선뜻 구입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는 점이다. 게다가 앞선 사례에서 다수가 아닌 나머지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일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간단하지 않은 이유다.
법적인 책임문제도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를 타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제조사의 책임인지, 아니면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이의 책임인지가 분명치 않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개발 이전에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보편타당한 윤리의식에 반하는 기술발전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