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11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사이트 개설자금을 댔고 이모는 자금 인출을 맡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운영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개장)로 곽모(29)씨와 곽씨의 친구 송모(29)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9월부터 이달 12일까지 태국·필리핀에 서버를 둔 '킹덤로드'라는 이름의 불법 스포츠 토토 형태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 60여명에게서 도박자금 1100억원을 받아 7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4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그들의 배팅금액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중이던 곽씨는 2013년 초 3개월간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이후 곽씨는 돈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어머니를 설득, 사이트 개설을 위해 1억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곽씨의 어머니는 수익금을 도맡아 관리하며 곽씨에게 용돈과 생활비 등을 지급했고 자신의 투자금도 회수했다. 또 곽씨는 가계가 어려웠던 이모도 끌어들여 월급 150만원을 주며 회원들이 입금한 도박자금을 인출하는 역할을 맡겼다. 무직인 동생은 어머니와 형으로부터 돈을 받아 쓰다가 함께 입건됐다.
구속된 친구 송씨에게는 프로그래머 관리를, 친구인 또 다른 송모(29)씨에게는 서버관리를 일임했다. 또 다른 친구 박모(30)씨에게는 국내영업을 맡겼다.
곽씨는 자신의 몫(40%)을 뗀 나머지 지분을 박씨에게 40%, 두 송씨에게 10%씩 골고루 나눠줬다.
곽씨는 도박 사이트 단속이 심해져, 애초 태국에 마련한 서버를 필리핀으로 옮겼지만 수사망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곽씨 일당이 취득한 자금에 대해서 국세청에 통보해 환수토록 할 계획이다.
경찰은 필리핀에 있는 서버 관리책 송씨와 영업 담당 박씨 등 나머지 일당 6명과 사이트를 만들어준 프로그래머의 뒤를 쫓고 있다. 또 이 사이트에서 고액 배팅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추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