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 11월 2일부터 2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달여 동안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WRC-15)'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전성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은 우리가 주도한 5G 이동통신 주파수 확보가 차기 세계전파통신회의(WRC) 의제로 채택돼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왜 우리에게 5G가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IoT시대에는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된다. 시장조사회사 IDC는 2020년까지 인터넷에 연결될 사물이 300억에서 500억대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수많은 사물과 인터넷을 수월하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LTE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5G는 IoT뿐만 아니라 IT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Self Driving Car)와 UHD(초고화질) 방송 상용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이다. 이러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면서 5G 이동통신 기술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WRC-15 회의는 매우 중요했다. 국제적인 5G 이동통신시스템을 위한 주파수 할당이 논의됐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선 5G 이동통신을 위해 24㎓에서 86㎓ 대역 내에서 주파수를 확보 해야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차기 WRC-19의 의제로 채택되면서 5G 기술 개발과 표준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5G 상용화와 표준화 경쟁이 치열하다. 이 가운데 특히 올림픽을 앞둔 한국과 일본의 경쟁은 각별하다. 일본은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을 위해 6㎓에서 86㎓에 이르는 넓은 대역을 제안했지만 채택되지 못하고, 우리가 주도한 대역이 채택됐다. 이에 대해 총무성 관계자는 "할말은 있지만 일단 채택되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고, 미래부 관계자는 "일본은 희망하던 대역이 채택되지 못해 타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5G 주파수 대역은 우리가 주도한대로 합의에 도달했지만, 사실상 5G 이동통신 장비는 에릭슨과 노키아, 화웨이의 3강 구도로 집약되고 있다는 점은 계속해서 신경써야 할 부분으로 남아있다.
이동통신업계 전문가는 "IoT 등 여러 산업에 적용될 5G는 통신 자체의 인프라보다 실제 이용될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5G의 성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5G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필요한 자금 규모가 4조 달러(약 450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충당해 나갈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000년 초반, IT버블(닷컴버블)이 붕괴한 가장 큰 원인이 3G 이동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주파수 경매의 과도한 투자가 원인이됐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우리가 5G 인프라 구축을 위한 주파수 경매에 주의를 기울여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4G 이동통신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그에 맞는 단말기 개발이 동반됐기 때문에 4G LTE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5G 시대에 우리가 군림하기 위해서는 5G기술개발과 국제전략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