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태평양시멘트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중인 쌍용양회 공개매각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거듭 반박했다. 태평양측은 “공개매각 입찰 참여는 매각협의회 측에서 먼저 요청해왔던 사안으로 태평양은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서 “KDB산업은행 등 매각협의가 강행하고 있는 쌍용양회 공개매각 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없으며 검토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각협의회의 무리한 매각절차 진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당사자간의 협의와 대화를 통해 해결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태평양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태평양측 입장은 지난 6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측과 구체적인 협상을 추진했으나 산업은행은 제시 가격만을 확인하고 아무런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태평양측의 이같은 반박은 채권단의 우선매수청구권 박탈이 부당한 만큼 산업은행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채권단의 본입찰 참여 제안은 채권단측이 이번 매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2만원이 넘던 주가가 3개월 새 1만4000원대로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건설경기와 시멘트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면서 유력 매수자들이 서둘러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함 판정과 레미콘의 주요 재료인 골재 가격이 지역별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시멘트 가격 인하 압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를 종합해 보면 시멘트업계의 호황기는 이미 지났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측이 서둘러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처지”라고 말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업황이 호황기일 때 팔아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지만 이미 시멘트 시장이 끝물인데다 지분율 50%를 넘기지 못하는 반쪽짜리 대주주, 그리고 법적공방에 나선 태평양과의 불편한 동거 등은 유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은 한앤컴퍼니가 승기 잡나?
관련업계는 이번 쌍용양회 매각전의 최종승리자가 한앤컴퍼니가 될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앤측이 쌍용양회 인수를 포기할 경우 유찰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인수전 승리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어 한앤컴퍼니측의 승리로 결론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앞서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쌍용양회 인수를 두고 유진PE와 한앤컴퍼니가 치열한 물밑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앤컴퍼니측이 쌍용양회 인수를 자신하고 있고, 채권단측도 한앤측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가격부분에서 채권단과 한앤컴퍼니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어 유찰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 만일 유찰이 된다 해도 자신들이 보유중인 지분을 태평양에 매각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한앤컴퍼니가 보유중인 지분 10%를 태평양이 인수한다면 기존 지분 32.36%에 10%를 더한 42.36%로 최대주주로 다시 오르게 되며 채권단은 36.8%로 2대주주로 내려앉게 된다.
이를 통해 태평양은 현재 진행중인 법정공방에 있어 우위에 올라설 수 있게된다. 다만 산업은행이 M&A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사모투자전문회사인 한앤측이 산은과 등을 돌리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단기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PEF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매각의 흥행 여부를 떠나 모두 득을 취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