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머니 무브(자금 이동)'를 촉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는 충분히 예견된 이벤트인 만큼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취약 신흥국의 위기 확산 등 충격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13일 국제금융센터와 해외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에 착수할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금리 인상 조건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다. 2008년 이후 신흥국으로 3조200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보다 안전하면서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달에 0.25%포인트 올린 뒤 내년 중 총 네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1.0%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엔 미국의 고용상황이 더 호전되고 민간소비나 주택판매 및 건설 실적이 개선되는 등 미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크레디아그리콜,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 모건스탠리도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내년 중 네차례에 걸쳐 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의 0∼0.25%에서 내년 말 1.25∼1.50%로 상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신흥국 시장의 자금 순유출액이 5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선 외국인들이 한달 가까이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빼간 돈은 4조원이 넘는다.
채권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6∼9월) 중 외국인의 국내채권 보유잔액은 4조1000억원 줄어들었다. 특히 7월에는 감소폭이 2조6000억원에 달해 유로존 재정위기 영향을 받았던 2012년 9월(-2조8000억원)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은 완만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자본유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 금리 인상은 예견된 이벤트인 만큼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신흥국들도 외환보유고 등 대외건전성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약 신흥국의 리스크는 여전하다. 신흥국발 불안이 커지면서 이미 국내에서 완만하게 빠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내외 불안요인에 편승해 유출 속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당국도 이 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미국 금리인상 영향으로 취약 신흥국의 금융경제 불안이 확대돼 위기가 발생하고 그것이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글로벌 자산전략부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경상과 재정적자가 큰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유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