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정흠, 배인선 기자
대만 대선이 4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 1월 16일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는 '삼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 국민당 주리룬(朱立倫) 후보,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이틀 후인 29일 대만 싱크탱크 국회정책센터 여론조사에서는 차이 후보 지지율이 더 올라갔다. 차이 후보가 48.2%, 주 후보가 19.4%, 쑹 후보가 11.8%로 집계되는 등 여론조사에서 차이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찾은 대만 남부 타이난(臺南) 시민들은 대부분 차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타이난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진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곳이다. 한 타이난시 시민은 “이번 대선에서 차이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만인은 자유를 중시한다. 그래서 민진당이 대세”라고 말했다.
차이 후보가 과거 중국과의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으로 있을 때 소삼통(小三通:통항·교역·우편거래) 제도를 완성시켰으며, 마잉주 현 대만 총통이 추진하는 대부분 양안정책도 사실 차이잉원이 과거 제안한 것들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민당 텃밭’으로 알려진 타이베이(臺北) 시민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타이베이 시민들의 입에선 이번 대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현재 여론조사로 보면 민진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타이베이에 사는 한 지인은 “국민당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대선까지)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차이 후보가 당선되는 게 거의 확실시된 것 같다"며 "(차이 후보 집권 후) 양안 관계에 긴장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어쩌면 중국 대륙 측에서 양안간 교류 활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 교체 이후 상황을 봐야 알 것"이라며 "중국 쪽에서도 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일단 지켜보지 않겠냐"고 전했다.
내년 대만 총통선거의 최대 이슈는 양안 정책이다. 4년 전 차이 후보는 양안정책 때문에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양안 문제가 또 다시 차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지 여부가 관심거리로 떠오른다.
왕젠민(王建民) 중국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연구원은 한 컬럼에서 “비록 차이 후보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양안 민간교류와 경제협력을 완전히 저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다만 양안 관계 분위기에 중대한 변화는 나타날 수 있다"며 "중국과 대만의 양안 정책에 어느 정도 조금씩 변화는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양안 사무를 주관하는 정부부처와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간 대화 채널 상설화를 위해 진행 중인 협상이 중단되거나 민진당의 양안 경제정책이 보수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왕 연구원은 전망했다. 더 나아가 양안 관계가 국제 무대에서 ‘정치적 외교’ 충돌로도 번질 수 있다고도 전했다.
장둥닝(張東寧) 동북사범대 국제정치연구 전문가는 “차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정치·경제적 방면에서 어떻게 대륙과의 관계를 처리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차이 후보가 집권하면 대륙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한 양안간 상호 힘겨루기 과정 속에서 긴장·냉각 기류가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도 내다봤다. 다만 차이 후보가 당선 후 현 상태를 애매모호하게 유지할 수도 있다며 이는 향후 국제적 환경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