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그동안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내전을 틈타 시리아와 터키 국경 지대에 독립세력을 구축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자국 내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들의 독립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니파 국가인 터키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최우선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온건 반군세력을 돕는 미국과 달리 터키는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누스라 전선과 아흐라르 알샴 등 주로 급진 이슬람 반군들을 지원해 알아사드 정권의 전복을 노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4일 보도했다.
이를 위해 터키는 알누스라 전선이나 '이슬람국가'(IS) 등에 합류하기 위해 자국을 거쳐 시리아로 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국경통과를 용인해 시리아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조직을 사실상 키워줬다는고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9월부터 우방인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적극 돕기 시작하면서 터키의 '알아사드 죽이기' 전략은 꼬이기 시작했다.
선대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 때부터 시리아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온 러시아가 표면에 IS 응징을 내세우면서도 주로 반군 장악 지역을 공습하며 '알아사드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시리아 사태 해법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로 불거진 양국의 갈등은 러시아가 시리아의 소수민족 투르크멘 반군까지 최근 잇따라 공격함에 따라 절정에 달했다. 터키는 자국민과 민족적으로 가까운 투르크멘족을 '형제 민족'으로 부르며 투르크멘 반군을 지원해왔다. 결국 러시아의 개입으로 상황이 불리해질 대로 불리해진 터키로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영공침범을 구실로 '초강수'를 뒀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특히 터키가 투르크멘족을 지원하는 데에는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렸다고 가디언은 진단했다. 투르크멘족이 사는 라타키아를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세력 확대를 막아주는 일종의 '완충지대'로 삼으려 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파리 테러 등 IS의 잇따른 테러 공격으로 전 세계가 알아사드 정권의 축출에서 IS 격퇴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가운데, 입지가 좁아진 터키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터키가 천연가스의 60%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등 러시아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 이번 갈등이 더 확대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