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사태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전기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은 5개년 경제계획에 전기차 충전소 기반 확충 로드맵을 공개하며 정부가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차 대중화에 앞서 정부 정책과 법규 개선 등 선결과제가 산적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시장 성장세를 가로막는 것은 열악한 전기차 충전소 기반 환경이다. 이에 최근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1만2000개와 간이 충전시설 480만기를 신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전기차 인프라를 강화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우선 베이징, 상하이 등 인구 밀도가 높은 12개의 성‧자치구에 충전소 7400개와 간이 충전시설 250만개를, 또 충칭시를 포함한 남서부, 중앙, 북부지역 13개의 성 및 인구 1000만 이상의 대도시에 충전소 4300개, 간이 충전시설 220만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나머지 충전소 400~500개와 간이 충전시설 10만기는 신장 및 티베트 자치구를 포함해 중국 남서부‧중서부 등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에 설치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차량을 위한 충전소를 우선 설치한 후 일반차량용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버스, 택시, 우체국 배송차량, 환경미화차량 전용 충전소 8800개를 설치하고 향후 일반차량용 충전소 2400개 및 지역 경계선 부근 고속도로를 따라 급속 충전소 800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를 500만대 보급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에 올들어 취득세 감면, 보조금 제공 등과 같은 전기차 우대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 주도의 지원에 따라 불황인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만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중국 전기차 누적판매량은 11만3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했다.
정부의 지원정책과 전기차 판매 증가에 따라 중국 로컬업체들의 전기차 개발도 탄력받고 있다. 상하이자동차, GAC가 주도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나섰고, 장성기차와 지리자동차도 합세해 전기차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중 전기차 보급과 충전시설 확충 부분은 여전히 미흡한 면으로 꼽힌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는 제한적이다. 또 정부정책과 법규 개선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가 내년 5월께 양산형 전기차를 내놓는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양산 등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며 “기술은 떨어지지만 전기차 개발 정책에 올인하는 중국처럼 우리 정부도 정책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정부도 전기차 활성화 정책에 한걸음 뗐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백화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생활 밀착형 공간에 급속충전기 1400대를 확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핵심부품 기술을 확보해 충전 가능거리를 최대 2.5배까지 늘리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부는 오는 2030년 국내 전기차 충전 시설이 지금보다 28배인 7만5513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