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고위험성 병원체인 탄저균, 페스트, 야토균, 천연두의 초고감도 동시 검출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전했다. 생물 테러에 쓰이는 병원체를 현장에서 조기에 검출해 테러 상황 판단과 대외적 국가안보에 수반되는 대응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탄저균, 야토균, 페스트, 천연두와 같은 고위험성 병원체(high-risk pathogen)를 ‘막대한 인명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생화학무기 또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유해 생물체’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 병원체는 극미량이라도 신속히 검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효소면역측정 방법은 △검출감도가 낮아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고 △진단을 위한 전(前)처리과정이 복잡하며 △한 번에 한 가지 병원체만을 검출한다는 한계를 지녔다.
유전자 재조합은 DNA 일부를 분리하고 원하는 기능을 가진 다른 DNA 조직을 그 자리에 연결, 재조합해 새로운 DNA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특정 단백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능성이 부여된 아포페리틴 나노입자에 타깃 병원체와만 결합하는 항체와 형광물질을 부착하고 초소형 자석구슬에도 타깃 병원체와 결합하는 항체를 부착한 후 고위험성 병원체가 들어있는 시료에 섞으면 나노입자-병원체-자석구슬이 샌드위치처럼 결합한다. 이 결합체를 자석으로 끌어당겨 반응에 참여하지 않은 불순물들을 거르고 형광검출기로 형광물질을 측정하면 시료 속 고위험성 병원체 유무와 농도를 알 수 있다.
자석구슬에 두 종류의 타깃 병원체에 각각 결합하는 항체를 동시에 부착하고 기능성을 부여한 아포페리틴 나노입자에 타깃 병원체마다 각기 다른 파장의 형광물질을 부착하면 한 번에 두 종류의 병원체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위험성 병원체의 검출 가능 최저 농도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기존 기술에 비해 10배~20배 이상 검출감도를 향상시켰다. 또한 2종 이상의 고위험성 병원균(야토균, 탄저균, 페스트, 천연두)이 섞여 있을 때 각각의 병원균들을 검출감도의 손실 없이 검출할 수 있으며 2 종의 고위험성 병원균을 동시에 검출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국제적으로 바이오테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북한으로부터의 바이오테러에 대한 현실적 위협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서 “이번 연구는 현 기술에서 검출하기 어려운 낮은 농도의 고위험성 병원균을 판별해 보건 및 국방의 분야에 필수기반기술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나노분야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나노스케일(Nanoscale)에 지난달 14일자 온라인 판에 표지 논문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