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우리나라 정부가 연내 해운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이 노심초사하며 정부의 ‘입’에 관심을 쏟는 사이, 해외 대형 해운사들은 자국 정부의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불황 타개에 나서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국책은행인 중국국가개발은행(CDB)은 자국 최대 해운업체인 코스코(COSCO)그룹 산하 코스코조선에 200억 위안(약 3조6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을 약속했다. 또 코스코조선 산하 다롄 조선소의 유동성을 촉진하기 위해 1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지원도 허가했다.
코스코는 심각한 불황에도 초대형 선박 발주, 북극항로 개척 등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노후선박 해체보조금을 비롯해 대규모 유동성 수혈에 나서고 있는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바탕이 되고 있다.
코스코는 지난 2009년 중국공상은행으로부터 150억 달러 신용대출 지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2년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5년간 95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초상은행으로부터 3년간 300억 위안의 신용한도를, 같은 해 중국은행으로부터 108억 달러의 신용제공을 받았다.
코스코와 함께 중국 해운업을 양분한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도 지난 2012년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5년간 95억 달러를, 지난해에는 국가개발은행으로부터 5년간 500억 위안의 융자를 받는 계약을 따냈다. 탄탄한 자금 지원과 함께 중국 정부는 두 기업 합병을 합병해 제2의 ‘머스크’로 키우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정부는 해운업을 4대 '취약업종' 중 하나로 분류하고, 해운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정부주도 강제 합병설에 이어 연말쯤이면 구조조정 대상 해운사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업계의 숨통을 조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운업의 근본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책'과 '금융'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나,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구조조정 방안은 알맹이가 빠진 미여관옥(美如冠玉)의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선박은행(Tonnage Bank) 설립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선박은행은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나 중고선 매입시 선가의 20~30%를 차지하는 후순위 투자에 대한 투자금의 회수를 보증하고, 불황기 구조조정 대상 선박을 매입해 운영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 한국 해운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효율 선박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선박은행 설립이 필수적이나, 현재 이와 관련해 7년째 논의만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코스코를 비롯해 글로벌 1위 선사 머스크등이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서도 1만8000TEU급 초대형 에코십을 잇따라 발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해운사들은 자금도 부족할뿐더러 구조조정 불안에 발이 묶여 발주에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해운업의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기업들과 달리 한국은 이미 금융지원이 늦은 상태고, 규모도 작아 해운사들이 회생할만한 기회조차 노려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과거 한국경제를 떠받쳤던 해운사들을 '좀비기업'으로 몰아세우며 모든 책임을 개별 기업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