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박삼구호(號)는 흔들리지 않았다. 선장이 숙제로 남겨진 ‘금호그룹 재건’이라는 키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6년 만에 금호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금호산업을 되찾게 됐다.
박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올해 말까지 자금조달 계획서대로 인수대금을 납부해 '새로운 금호'를 재건하는 것으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6일 박 회장이 제출한 경영권 지분 인수대금 7228억원의 조달 계획서에 대해 전날 승인을 통보했다.
박 회장이 올해 말까지 계획한대로 인수대금만 무사히 납부하면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져 2009년 12월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과 금호석유화학·아시아나항공 자율협약 추진 발표 후 약 6년 만에 그룹 재건을 완성하게 된다.
금호산업은 그룹 재건의 중요한 열쇠였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하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IDT(10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부산(46%)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그룹 재건의 핵심 회사다. 금호산업을 되찾아야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엮여있는 회사들을 모두 가져와 그룹을 재건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박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50%+1주)을 사들이는데 주력했다. 그는 금호산업 인수과정 내내 자금조달 문제로 노심초사 했지만 효성과 CJ 등 10여곳에 이르는 ‘백기사’들이 참여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잇단 백기사들의 지원은 그룹사간 시너지 효과도 염두했겠지만, 정재계 두루 마당발로 활동한 그의 ‘인맥경영’이 활약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의 그룹 재건 성공에는 사재를 터는 '책임경영'의 자세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무리한 M&A는 박 회장의 그룹 재건 의지를 다지는 '고액 과외 선생님'이 됐다. 박 회장은 2009년 7월 동생 박찬구 회장과 동반퇴진을 발표했다. 이후 2013년 11월 연봉을 1원만 받기로 하고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 대표를 맡으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박 회장의 복귀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하고 ‘캐시카우’로 꼽히는 계열사인 금호렌터카와 금호고속을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그는 3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25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무상감자,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올 초 경영방침을 “자기를 강하게 하는 데 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정하고,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한 의미를 만끽할 순간이 다가왔다.
안정적인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박 회장은 계열사 등 집안 단속은 물론 백기사로 나선 타 기업들 등 바깥 단속까지 안팎의 살림을 두루두루 챙겨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