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SK네트워크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수성(守城)'과 '공성(攻城)'에 모두 실패하면서 두번 눈물을 삼키게 됐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은 23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SK네트워크는 기존 워커힐 면세점 특허 재승인과 함께 신규 동대문 면세점 특허를 노렸으나 모두 불발됐다.
기존 면세점을 운영하던 업체는 새로운 선례를 남긴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번 워커힐 면세점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 마다 기존 면세점을 빼았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워커힐 면세점은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이 1973년 워커힐 호텔을 인수한 뒤 1992년 호텔 안에 면세점을 두면서 시작됐다.
SK 워커힐 면세점은 쇼핑과 카지노, 숙박을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도심형 복합 리조트 면세점이다. 특히 시계·보석과 국산품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특화 면세점으로 성장했다.
SK네트웍스는 1000억원 규모의 리뉴얼 공사를 통해 워커힐 면세점 매장 면적을 1만2384㎡(3천746평)로 확대, 올해 연말 열 예정이었으나 물거품이 됐다.
워커힐 면세점은 23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매출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가 면세점 사업권을 지키는 데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워커힐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2747억원으로 중소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2919억원)에도 못미쳤다. 면세점 운영 경력이 비슷한 롯데 잠실점(25년)과 비교했을 때에도 워커힐 면세점의 1㎡당 매출은 3400만원으로, 롯데 잠실점(4400만원)보다 적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워커힐 면세점 매출이 2010년(1249억원)의 두 배로 뛴 점, 2013∼2014년 워커힐의 매출 성장률(46%)이 다른 시내 면세점 성장률(23%)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심사위원들은 다른 도전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워커힐 면세점의 입지 역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복합 리조트로서 카지노를 이용하는 VIP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용산, 명동, 여의도 등 기존 면세점 입지나 새로운 도전자인 신세계와 두산이 입지로 정한 명동, 동대문에 비해 일반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달 초 최태원 회장의 사재 60억원을 포함한 총 10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등 면세점 재승인 발표를 앞두고 공익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눈물을 삼키게 됐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53년의 호텔 운영과 23년의 면세점 운영을 축적한 사업 역량과 상생 철학, ICT(정보통신기술) 역량을 결집해 한국 관광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만들겠다"며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