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GMT는 어둠에 가려진 우주를 보여줄 것이다.”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11일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열린 GMT 기공식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거대마젤란망원경재단(GMTO)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낙후된 국내 천문 장비 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등 국내 천문연구 수준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박 단장은 “국내 천문 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자체 보유한 망원경이 1.8m 불과해 관측 장비는 세계 수준에 못 미쳤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세계 최대 규모의 관측장비를 보유한 효과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GMT재단으로부터 GMT에 사용될 부경을 한국 주도로 개잘하는 데 합의한 만큼 국내 망원경 제작 기술의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이름이 붙는 행성을 발견하고 싶다는 그는 우주의 기원을 찾아가는 천문학자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응원도 부탁했다. 박 단장은 “인류의 탄생을 넘어 우주가 처음 시작된 시점을 보고자 하는 인류의 호기심을 해결하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며 “최초의 별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국내는 물론 해외 천문학자들의 노력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GMT 사업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기존에는 10m 크기의 천체망원경이 가장 컸다. 25m 망원경은 빛을 모으는 능력을 뜻하는 집광력이 6배 가량 늘어난다. 많을 빛을 모을 수 있어 어두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또 허블망원경보다 10배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한계를 넓히게 된다.”
-GMT 추진 과정은?
“GMT 기획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어떤 방식의 망원경을 어떻게 만들어 사용할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주경 7개와 부경으로 구성된 망원경을 만들기로 했다. 망원경의 핵심이 주경의 크기가 8.4m인데 한 번도 이 정도 크기의 반사경을 만든 적이 없다. 때문에 2005년 처음 제작이 시작된 첫번째 주경을 7년 만에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이후 주경 제작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오는 2021년 주경 4개를 모아 우선 관측을 시작하고 2020년 중반 쯤 완공해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공식을 이 시점에 하는 이유는?
“GMT는 그동안 인간이 만든 망원경 중 가장 크다. 한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장치라는 뜻으로 망원경의 제작 원리나 스펙 등을 정하고 이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했다. 이로 인해 GMT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과정인 주경은 미리 제작을 시작했고 이제 드디어 망원경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확신이 생겨 건설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여러 대형 망원경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30m급 TMT와 유럽천문연맹 가입국(ESO)이 추진하는 39.3m EELT 등이 있다. GMT와 달리 육각거울을 만들어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조각을 이어붙이기 때문에 크기를 무한히 늘릴 수 있지만 조각거울이 많아지면 상의 질이 나빠지는 단점이 있다. 완공시기도 GMT가 가장 빠를 것이다.”
-허블망원경의 후속모델도 제작 중이라던데.
“망원경을 우주에 설치하는 이유는 중적외선이나 원적외선 같은 천체 전자파가 지구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우주 망원경으로 천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허블 망원경의 후속 모델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여전히 우주망원경으로서의 이점이 있지만 그동안 기술 발전으로 GMT도 중적외선 관측이 가능해졌다. 각 망원경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가며 우주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참여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은 1.8m로, 천문학 연구 수준에 비해 낙후된 장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자체 기술을 활용한 독자개발은 어렵다고 판단했고 파트너를 찾던 중 지난 2007년 GMT재단에서 제안을 해와 참여하게 됐다.”
-국내 천문학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GMT재단과 GMT에 사용되는 부경 제작을 한국이 주도하는 데 합의했다. 국제 경쟁 입찰을 통해 제작하려던 기존 계획을 변경시킨 것이다. 그동안 1m짜리 반사경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부경 제작을 주도하면서 반사경 제작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국내 부족한 관측장비를 이용해 천문 연구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국내 천문 연구자들은 부족한 장비에 비해 연구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다. GMT를 이용해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데 국내 연구자들이 기여하게 될 것이다."
-국내 연구자의 GMT 활용방안은.
“GMT를 활용한 연구는 이미 설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GMT재단은 최초의 별 탄생, 행성 형성 과정, 암흑물질 등 7가지를 주요 연구 방향으로 정해 놨다. 우리나라도 이 틀에서 국내 연구 환경에 맞는 과제를 설정했다. 국내 천문학자들이 갖고 있는 연구 분야 중 GMT 에 걸맞는 연구를 총망라한 과학 백서를 만들었다. 2~3년마다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GMT 참여로 1년 중 1달 간 GMT로 관측할 수 있다. 이밖에도 국내 대학원생 등 미래 천문연자들에게 공부할 재료들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게 된다.”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GMT는 인류가 한번도 보지 못한 영상을 제공하게 되고 상상하지 못한 연구 주제가 나올 수 있다. 천문학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생명과 우주의 탄생 등과 같은 인류의 근원적인 호기심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최초의 별을 보기 위한 천문학자들의 도전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라스 콤파나스 천문대(칠레)/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