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여성들 화장대 위에는 한국 화장품이 1개씩은 꼭 있다는 농담도 들린다.
철강·조선·전자가 먹여 살린 한국을 이제 화장품이 이끌고 있다. 장기 불황과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해외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화장품산업 수출액은 13억8634만달러(한화 1조607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성장했다. 같은기간 전체산업 성장률이 1.93%대에 머문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올해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이블씨엔씨 등 기존 업체들에 이어 잇츠스킨·메디힐·게리쏭 등 신진 업체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 중국 넘어 세계로 뻗는 K-뷰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중국에서 46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 성장한 수치다.
설화수는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 화장품이다. 특히 태국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여성들의 '워너비' 브랜드로 꼽힌다. 화장품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태국의 최상류층 '하이소'를 공략해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3년 싱가포르에 진출한 '라네즈'도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으로 진출을 확대해 아세안 시장에서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또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중국·미국·대만·베트남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캐나다·호주·러시아·중동 등 세계 20개 이상 국가에 진출, K뷰티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까지 늘어났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고급 한방화장품 브랜드 '후'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후는 중국에서 2006년 론칭한 뒤 2011년, 2012년 연평균 약 30% 매출 신장을 이뤘고 2013년에는 전년 대비 88% 이상 급성장했다. 2014년 매출 역시 약 143% 성장했다.
올해는 클레어스코리아와 메디힐, 리더스 등 신규 브랜드의 활약도 눈부셨다.
클레어스코리아는 올해 매출 목표액을 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늘렸다. 주력제품인 '마유크림'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5월까지 벌써 7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2000억원 돌파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메디힐도 연말까지 2000억원을 달성해 10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만 단일품목 마스크팩을 530만장 판매하는 등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메디힐 관계자는 "매년 70~80%이상 성장하고 있어 올해 1500억원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 목표도 50% 성장한 22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고 자신했다.
한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해외 화장품 업체들도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에스티로더·LVMH 등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기술 제휴나 투자 유치 제안이 많았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최근 국내 업체인 해브앤비에 지분을 투자했다. 해브앤비는 이진욱 대표가 2004년 창업한 토종 기업으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와 남성 화장품 브랜드 DTRT(디티알티)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로더그룹이 한국 기업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티로더 측은 이 회사의 글로벌 사업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로더 에스티로더 회장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을 뷰티 분야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닥터자르트 같은 한국의 혁신적인 기업이 에스티 로더의 기업가 정신과 만나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화장품브랜드 '문샷'도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
문샷은 YG가 지난해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화장품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론칭 1년 만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세포라 30여곳에 단독매장을 동시에 입점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YG는 지난해 LVMH 그룹에서 820억원의 투자를 유치, 패션과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크리스챤 디올이 아모레퍼시픽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크리스챤 디올은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쿠션 화장품에 대한 기술제휴를 맺고, 상품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