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선업계와 철강, 화학, 해운 등 우리나라 근간을 이루는 산업군이 불황을 겪으며 정부가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채비다. 하지만 이를 틈타 시장에 억측성 루머가 돌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들 인수합병(M&A)설(說) 상당수는 이해당사자들이 여론몰이 목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오전 주식시장은 두개 기업의 인수합병 루머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합병 추진설이 보도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도 합병설이 보도된 바 있으나, 당시 이들 기업은 ‘사실 무근’이라며 해명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포기한 뒤, 현대증권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보도가 나와 서둘러 ‘사실 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강제합병 소식으로 현대상선 주가는 전날대비 13.78% 하락한 513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한진해운 역시 4.76% 밀린 47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합병설의 대다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데 입을 모은다. 이들 업체간 사업 포트폴리오가 엇비슷해 합병을 해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시나리오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역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는 점과 노조측의 반발 등이 예상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들 루머의 발원지에 대해 일부 산업계 관계자들은 채권단을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자들이 양산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론몰이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나오는 대책 상당수가 실효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국회 구성전까지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만큼 분위기만 형성해 놓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을 골자로 한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등 선제적인 방안없이 주인만 바뀌는 것에 흥미를 느낄 기업이 없다는 것도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 상당수가 시장점유율이 높다. 인수 후보군인 동종업계 업체가 인수 할 경우, 공정거래법 등 법률적으로 문제가 돼 현재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4월 총선이 끝난 이후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통과를 필두로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까지 나온 정부 주도의 인수합병 소식은 현실성이 떨어져 여론몰이를 위해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의 한계기업에 대한 추가지원 여부는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3월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증시에 상장된 채권단 지원 기업의 상폐 여부는 3월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직후 이뤄질 예정”이라며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둔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