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한·중 경제협력의 새 키워드로 ‘창업 혁신’을 제시했다. 리 총리가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제창한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이란 캐치프레이즈는 사실상 ‘중국판 창조경제’라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 창조경제와 닮은 점이 많다. 창업과 혁신을 경제 발전의 새 엔진으로 삼아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창업 문턱을 대폭 낮췄다. 국무원은 지난 해 2월 기업등록자본금 최소 요건을 철폐했다. 기존엔 최소 3만 위안(약 537만원)을 내고 기업을 차려야 했지만 이제는 단돈 1위안(약 180원)만으로도 창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평균 한달 걸렸던 기업등록 절차 기간도 사흘 이내로 단축시켰다.
파격적인 세금 감면책도 내놓았다. 중국은 8월 영세기업 세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예상 세금 감면 규모만 1000억 위안이 넘는다. 모두 스타트 업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정책 자금도 쏟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1월 400억 위안(약 7조1000억원) 규모의 국가신흥산업 창업투자촉진기금을 조성한 데 이어 9월엔 총 600억 위안의 중소기업발전기금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도 늘려나가고 있다. 베이징에만 한정돼 있던 벤처 전용 장외거래 시장인 '신삼판'을 올 1월 전국적 범위로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신삼판에는 4000개에 육박하는 벤처기업이 상장돼 있다. 지난 3분기 신삼판에서 조달된 자금액만 525억 위안에 달했다.
중국내 뜨거운 창업 열기에 지방도시들도 동참하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해 6월 2억 위안 넘게 투자해 중관춘에 만든 200m 길이의 창업거리를 올 10월 7.2㎞로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한편 기능별로 구역을 나눠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제대로 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중국의 ‘창업 수도(首都)’가 되겠다는 심산이다.
상하이는 해외 고급인재의 창업을 지원한다는 '푸장(浦江)인재계획'을 통해 해외 유학파 인재에게 매년 총 4000만 위안의 창업 자원을 지원하고 호적 취득 요건도 완화하고 있다.
광둥성에서는 창업 실패자들을 적극 돕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특히 벤처투자자들이 스타트 업에 투자해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의 절반을 보상해주는 파격적인 정책도 시행 중이다.
BAT 기업들도 창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 서고 있다.
지난 해 텐센트는 중소 IT 개발자들을 위한 ‘쌍백(雙百)계획’을 발표해 향후 3년간 100억 위안을 투자해 시가총액 1억 위안이 넘는 100개 스타트 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30여개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 중이다.
중국 청년 창업자들의 우상인 알리바바의 마윈도 100만명 창업인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올 3월엔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쾌척해 '촹커플러스'라는 온라인 창업 지원 플랫폼도 선보였다. 중국 50여개 유명 벤처캐피털 투자사나 창업인큐베이터 기업과 손잡고 스타트 업의 기술개발에서부터 홍보, 사무실지원, 창업투자까지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