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주년특별좌담회]<上>저성장 한국, 중국경제에 길을 묻다

2015-11-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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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서구 학자들은 심심찮게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P 하락한다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최대한 0.6%P 낮아진다고 한다.

만약 중국경제가 경착륙해 성장률이 2%P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재앙에 가까운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게다가 한중 양국의 경제연관도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때문에 중국경제의 순항여부는 우리나라경제의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적극적인 접근을 해본다면 중국은 여전히 발전잠재력이 높은 시장이고, 우리나라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유커(遊客)의 무서운 소비능력과 한국제품에 대한 열기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바다. 중국은 우리에게 신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중 경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와 모색, 도전과 시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창간 8주년을 맞아 4명의 중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중국경제진단, 중국의 신성장동력과 한국의 기회, 양국경협확대방안 등에 대해 각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는 이문형 산업연구원(KIET) 베이징지원장,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 소장, 황한취안(黃漢權) 중국 발전개혁위원회 산업기술경제연구소 소장, 마위(馬宇) 중국 상무부연구원 외자부 주임 등이다.

이 원장은 산업연구원의 중국 분야 최고전문가로 통한다. 30년 이상을 중국과의 산업협력을 연구해왔다. 양 소장은 대우경제연구소 베이징 사무소장과 KIEP 중국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26년간 중국경제를 연구해온 중국통상 전문가다.

중국 국무원 거시경제 컨트롤타워인 발전개혁위원회 싱크탱크인 발개위 산업기술경제연구소 소장 황한취안은 중국의 각 산업별 발전전략과 5개년경제계획 등 대형프로젝트를 기획해온 인물이다. 마위 주임은 중국 국무원 상무부 산하 상무부연구원에서 30여년간 무역통상과 외자유치, 해외투자 등을 연구해왔다. 4명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좌담회 형식으로 정리했다.
 

중국 GDP 추이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중국경제는 순항할 것이라고 보는가.

▲황한취안 소장 = 중국경제는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중국은 올해 1분기 7.0%, 2분기 7.0%, 3분기 6.9%의 경제성장을 기록했으며 4분기 역시 정책효과가 나타나면서 안정성장을 구가해 올해 7.0%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비교적 낮은 수준의 1인당 소비수준은 상승여지가 많다. 도시화율 역시 55%에 불과하다. 3~4억명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될 것이다. 서부지역의 광대한 지역은 거대한 개발과 발전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미래에 엄청난 투자와 소비를 유인할 것이다. 중국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며 정부의 운용가능한 정책 역시 다양하다.

▲이문형 원장 = 서방에서 제기하는 경착륙 위기론의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금융위기, 둘째는 부동산거품, 셋째는 공급과잉과 국유기업부실채권 등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금융의 역할이 실물경제를 보완하는 데 그치며, 부동산거품은 2선도시에 분포해 있고, 공급과잉과 국유기업 부실화 역시 중국경제 전체를 흔들만한 파급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충분한 자금력과 정책수단을 지니고 있는 만큼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양평섭 소장 =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요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축소, 지방정부 채권문제, 제조업 공급과잉, 부동산 공급과잉에 따른 투자 부진, 인구보너스의 소멸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중국은 공급과잉과 지방정부 채무 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향후 2~3년 내에 점차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위 주임 = 중국경제는 분명 잠재력이 크고, 미래에도 높은 성장률을 구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추진중인 개혁작업이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개혁의 동력이 약해지거나 개혁추진이 지연된다면 7%안팍의 성장속도는 실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방식전환과 산업업그레이드 역시 이뤄지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있다.

▲황한취안 소장 = 덧붙이자면 중국이 추진중인 구조조정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9월까지의 3차산업 성장률은 8.4%로 2차산업(6.0%)과 1차산업(3.8%)보다 높다. 9월까지의 최종소비지출 GDP성장 공헌률은 58.4%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9.3%P 증가했다. 신흥산업 역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신흥산업이 전통산업의 약해지는 동력을 보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경제의 문제점을 짚어달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마위 주임 = 시장에는 문제가 없다. 기업과 인민은 강렬한 발전욕망과 능력이 있다. 시장에는 역시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능력이 억압된 채로 분출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왜곡굴절되어 있어서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도의 문제다. 국유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수입분배구조 역시 불공정한 면이 있다. 국가와 기업 국민의 관계 역시 조정되어야 한다. 사회보장시스템도 미비하다. 시장에는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도의 공급부족에 있다. 결국 개혁을 통한 경제활력 주입이 중요하다.

▲이문형 원장 =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최대 문제다. 예를 들어 동부지역에서는 분명 자동차가 공급과잉이지만, 중서부와 동북지역에는 신규 자동차공장이 설립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성장을 지속하려 한다. 국토가 넓고 지역간 경제격차가 존재하기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 미국과 유럽의 불경기가 개선기미가 안보이고 자원가격 폭락으로 신흥경제권의 수입도 급감하면서 중국의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공급과잉문제가 내우외환을 만난 격이다. 오직 시장만이 해결할 수 있으나 정부, 특히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한 중국이기에,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한취안 소장 = 중국경제의 문제점으로 다섯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공업생산 둔화다. 올 9월까지의 전국 일정규모이상의 공업생산증가분은 전년대비 6.2% 증가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화마가 덮쳤던 2009년수준과 비슷하다. 두번째는 투자부진이다. 올 9월까지의 고정자산투자증가율은 전년대비 10.3% 늘어나 2001년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세번째는 무역부진이다. 올 9월까지의 중국수출입은 전년대비 7.9% 하락해 극도의 부진을 기록했다. 10월 추계 캔톤페어에서의 계약체결액 역시 전년동기대비 8% 이상 줄어 내년 수출 역시 부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네번째는 기업경영악화다. 올 8월까지의 기업이익은 전년대비 1.9% 줄었다. 다섯번째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다. 올 9월까지의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4%에 그쳤으며, 9월 공업생산자 출고가격은 전년대비 5.9%, 전달 대비로는 0.4% 줄었다. 전달 대비 감소세는 4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수요확충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이다.

▲양평섭 소장 = 고질적인 공급과잉, 지방정부와 기업 채무 증가 등 구조적 문제들이 심각하다. 중국의 구조조정론자들은 수요창출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확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기술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확보를 위해 매진해나갈 것으로 본다. 지난달 개최됐던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전체회의가 확정한 13차5개년경제규획(13·5규획) 건의안 역시 혁신(創新)을 가장 중요한 발전의 동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중국에서 어떤 분야의 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는가.

▲이문형 원장 = 중국정부는 13·5규획 기간동안 '인터넷 플러스(IT와 기타산업의 융합)' 정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산업의 융합을 통한 스마트제조업이 핵심이다. 또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본격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분야가 유망하다. 이미 소비의 10%가 전자상거래로 진행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이와 관련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산업들은 물론이고, 물류와 택배 등도 큰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황한취안 소장 = 우리는 13·5규획 건의안을 통해 11개 분야의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냈다. 문화레저, 바이오, 신에너지, 데이터기술, 첨단제조업, 신소재, 금융, 교육, 물류, 친환경농업, 인터넷산업 등이 그것이다. 이 산업들은 중국이 목표로 하는 산업업그레이드의 주요 방향이다. 과학혁신과 산업혁신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대량의 신기술과 신제품,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마위 주임 = 우선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첨단제조업, 일반제조업, 전략신흥산업, 전통적인 노동집약적산업 등 모든 산업이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중국은 전체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지만 모든 업종에는 공백이 존재한다. 기술진보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이 공백을 치고들어갈 수 있다. 13·5규획이 제정한 신성장동력 역시 기술혁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비스업의 경우는 대외개방이 진보를 이끌어낼 것이다.

▲양평섭 소장 = 중국 인구구조의 변화와 중국 소비시장의 주도 세력 변화과정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날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중국에는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신세대들이 주력 소비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인터넷과 신기술을 이용하고, 환경오염과 식품 안전 문제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높은 구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문화와 레저, 패션, 헬스케어, 인터넷쇼핑 등에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며,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연관기사][창간8주년특별좌담회]<下>저성장 한국, 중국경제에 길을 묻다

◆이문형 ▲1956년 ▲한국외국어대학 ▲베이징대학 박사 ▲기획예산처 전문위원 ▲외무부 정책자문관 ▲KIET 연구조정실장 ▲KIET 국제산업협력센터 소장 ▲경희사이버대학 겸임교수 ▲KIET 베이징지원장

◆양평섭 ▲1961년 ▲경희대 ▲한국외대 박사 ▲국제민간경제협의회 연구위원 ▲대우경제연구소 베이징사무소장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 ▲KIEP 중국 연구위원 ▲KIEP 베이징 사무소장

◆마위 ▲1964년 ▲베이징대학 ▲중국체제개혁연구회 공공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대외경제무역대학 특약연구원 ▲상하이자유무역구 개발구 설계작업 참여 ▲CCTV 해설위원 ▲상무부연구원 외자부 주임

◆황한취안 ▲1967년 ▲중국인민대학 ▲11차5개년규획, 12차5개년규획, 13차5개년규획 등 경제계획 수립 참여 ▲중국 국가개발은행 자문위원 ▲세계은행 자문위원 ▲발전개혁위원회 산업기술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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