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이 이날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조기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한 것은 나름 의미있는 성과이지만, 일본의 사죄나 책임 인정 등 위안부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정상 간에도 진전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군 위안부 문제를 주 의제로 하는 비공개 단독정상회담을 오전 10시5분부터 11시5분까지 당초 예정시간보다 30분을 넘긴 1시간동안 진행했다. 그만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안보법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치열한 격론이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두 정상은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악수도 없이 바로 자리에 앉아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법적인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양국이 교섭을 통해 실제로 어떤 합의에 도달할지가 주목된다. 다만 양 정상이 협상 타결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간 협의의 밀도와 속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인식차와 함께 미묘한 신경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의미에 대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어린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이라며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도 한일관계는 진실과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성신지교(誠信之交)'를 말씀하신 선각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뼈있는 고사성어를 던졌다.
반면 아베 총리는 회담종료 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서도 "미래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가는데 있어 미래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여러 가지 현안에 관해 일본이 말할 것, 주장할 점은 말했다. 그리고 한국 측의 조기 대응을 촉구했다"며 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나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 문제 등을 거론했음을 시사했다.
이밖에 이날 회담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범위 논란 및 안보법제 문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일본산 수산물 수입제한 해제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등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일 양국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RCEP, 한중일 FTA 협상의 가속화와 조속한 타결에 노력하기로 했다.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TPP는 오랜 진통 끝에 지난달 5일 타결됐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며 12개 참가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다자간 FTA인 TPP에 참여하려면 일본을 비롯한 창립회원 12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일본을 제외한 11개국과 어느 정도 사전 협의를 마친 상태인데 일본이 반대하면 참여가 불가능하다.
RCEP는 그동안 10차례의 공식 협상과 3차례의 장관회의를 벌였고 그 결과 올해 8월 상품 1차 양허안 모델리티와 서비스·투자 자유화 방식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끌어내 양허 협상을 개시했다.
이밖에 한일 정상은 Δ제3국 공동 진출에 정부 차원 지원 Δ청년 중심 인력 교류 확대 Δ액화천연가스(LNG) 협력 Δ기후 변화 등 세계적 이슈에 대한 협력 강화 Δ양국 간 고위급 협의회를 통한 회담 성과 후속 조치 등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