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금융위원회가 모처럼 헤지펀드 진입장벽을 낮췄으나, 여전히 콧대 높은 금융감독원 탓에 규제 완화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목적으로 자본시장법과 하위법령을 개정해 10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 개정을 투자자문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가 반겼으나,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돈은 예상보다 컸다.
A금융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냉방·향습장비를 서버실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며 "기술 발달로 불필요해졌는데도 옛날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종합운용사가 이런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도 확인해봤다"며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덩치 큰 운용사에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요건을 중소 투자자문사에 요구한다는 얘기다.
B금융사 관계자는 "필요없는 인프라 설치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최대 2억원에 이른다"며 "수탁고 1000억원을 기준으로 운용수수료가 10억원이고, 이를 밑도는 자문사가 수두룩한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소 인프라 요건만 요구하고 있고, 가능한 범위에서 아웃소싱(외주)도 허용하고 있다"며 "기존 운용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불만이 있는 만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