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등 3명은 22일 인문대학에서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역사교육과 교수 44명 중 36명이 참여한 입장을 밝히고 “정부가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제작한다는 단일 교과서는 역사교육 본질에 위배되고 교육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정신과도 정면충돌한다”며 "평화통일과 세계사 교육에 대한 지향을 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사학계열 교수 44명 중 참여하지 않은 교수들에 대해서는 “나머지 8명이 연구에 집중한다는 뜻이지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서울대 교수들에게 국정화 작업에 참여해달라는 요구가 현재까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역대 국정교과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실을 다르게 기술하고 있어 정부 국정화 명분이 설득력이 없고 군사정권시절 국정교과서는 정권 맞춤형 홍보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처음 국정교과서를 도입했던 박정희 정권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제2공화국의 무능에 대해 강조한 반면에 정작 자신들의 5·16 쿠데타는 혁명으로 미화한 것으로 나타났고 4·19 정신의 계승, 발전이라고까지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5·16 쿠데타는 전두환 군사정권에 이어 노태우 군사정권까지도 혁명으로 기술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서야 군사정변으로 규정하고 유신시대에 대해 민주주의의 시련기로 평가했다.
10월 유신에 대해 박정희 정권은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했지만, 전두환 정권은 10월 유신에 기반한 제4공화국에 대해 대통령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비판이 일어나기도 했다는 부정적 기술을 첨가했다.
교과서가 개정될 때마다 새마을운동 등 정권의 치적을 부각시켰고 ‘5월 혁명의 성격은 어떠한가?’, ‘10월 유신은 우리 민족사에서 어떠한 당연성을 지녔는가?’와 같은 정권 홍보와 편향된 질문들을 연구과제로 삽입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 열망에 대한 국민들의 시위가 확산되자 ‘자유를 그릇되게 이용한 사람들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었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사회의 혼란’이라는 삽화까지 첨부해 시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안민석 의원은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만을 기술한 정권 맞춤형 홍보물이 될 밖에 없다”며 “시대착오적인 친일독재 미화 한국사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고 주거대란과 실업대란 등 아비규환 수준인 민생현안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