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만찬서 쓰러진 아버지에 '가슴철렁'…"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2015-10-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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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우리쪽 주최 환영만찬에서 리흥종 할아버지가 남쪽에서 온 딸 이정숙이 먹여주는 음식을 먹고 있다.[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하늘의 별따기'인 상봉의 기회를 얻었지만 상봉 후 벅찬 감격과 흥분으로 이산가족들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첫날인 20일 저녁 환영 만찬에서 남측 가족 이정숙(68)의 북에 있는 아버지 홍종(88)씨는 만찬 도중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누워 북측 의료진의 치료를 받은 뒤 깨어났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으며, 고혈압 등 지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딸 정숙씨는 21일 열린 공동 중식에서 남측 공동 취재진에게 "어제 환영만찬에서 아버지가 쓰려져 가족들이 많이 걱정했는데 (21일 오전)개별상봉에서 괜찮은 모습을 봐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중식 상봉장에 아버지 홍종씨가 들어오자 정숙씨와 조카들이 부축해 자리에 앉혔으며 조카 인경씨는 "작은 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라며 홍종씨의 건강을 걱정했다.

고령화로 의료진을 찾는 가족들도 많았다. 남측 의료진에 따르면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은 의료품은 소화제와 감기약, 설사약, 파스라고 한다. 특히 고령이어서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이 많았다.

상봉을 위해 면회 장소인 금강산까지 구급차로 이동한 고령자도 있었다. 염진례(83) 할머니는 허리디스크 증세가 악화돼 휠체어와 구급차를 타고 이동해 북측 오빠를 만났다. 가족들이 상봉 후 염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김순탁(77) 할머니도 천식 증상이 악화해 산소마스크를 쓴 채 구급차를 타고 상봉 장소로 움직였다. 

한편, 북한이 이례적으로 이번 이산상봉 행사 준비 과정에 협조를 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상봉 마지막 날 이뤄질 작별상봉 시간을 당초 1시간에서 한 시간 늘려 2시간 진행하는 것에 합의 하는 등 종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여러 가지 정치적 변수와 국제상황 변수가 있음에도 불구,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북한측에서 상당히 협조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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