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문학 조예깊은 시진핑…영국선 '셰익스피어'를 읊다

2015-10-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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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국 의원들 반응은 냉랭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각) 영국 의사당 웨스트민스터의 로열 갤러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나간 모든 것은 서막에 불과하다(What's past is prologue).”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문구다. 시진핑(習近評)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각) 영국 의회 연설에서 인용했다.
템페스트는 중세시대 때 서로 전쟁을 벌였던 밀라노와 나폴리 두 지역을 배경으로, 복수를 통한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그려낸 셰익스피어의 걸작이다. 19세기 아편전쟁과 냉전시대 등으로 영국과 중국이 한때 대립했지만 앞으로 양국이 '황금 시대'를 구가하자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평소 해외 순방 때마다 각국 유명 문학작품이나 명언을 인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영국에서 선택한 것은 셰익스피어였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셰익스피어 소네트 모음집을 선물했다. 평소 셰익스피어 작품을 즐겨 읽는 시 주석을 위해 여왕이 특별히 왕실 제본공에게 주문 제작한 것이라고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는 보도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11분 동안 진행된 연설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 끝났다. 연설 도중 박수 갈채도 없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연설에 앞서 시 주석을 소개하면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 곳에서 연설했다"며 수치 여사를 '노벨평화상 수상자' '인권의 상징' 등으로 표현했다. 버커우 의장은 곧 영국을 방문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언급, 그를 '위대한 민주주의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등 중국의 인권탄압을 겨냥했다.

시 주석이 문학 작품을 즐겨 읽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청년 시절 산시(陝西)성으로 하방됐을 때 괴테의 ‘파우스트’ 소설책을 빌리기 위해 30리 산길을 걸었다는 일화도 있다

지난 달 미국 방문 길에서도 시 주석은 미국 문학에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대해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작품으로 쿠바를 처음 방문했을 때 헤밍웨이가 집필한 곳을 찾아 그가 가장 좋아한 모히토도 마셨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토머스 페인, 마크 트웨인, 잭 런던, 월트 휘트먼,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젊은 시절 영향을 받은 미국 작가들의 이름도 열거했다.

앞서 인도 방문 때에도 시 주석은 인도 시인이자 사상가 타고르의 '기탄잘리', '정원사' 등 시집을 두루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게 된다", "진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삶에 있어서 여름꽃처럼 아름답고 죽음에 있어서 가을잎처럼 존재하라” 등 타고르의 시 구절을 읊으며 이것이 자신의 인생에 깊은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다고 전했다.

지난 해 러시아 방문에서는 톨스토이,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작가를 언급하고, 프랑스에서는 볼테르, 사르트르, 몽테뉴의 철학을 논했다. 남미 방문에서는 브라질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을, 쿠바 호세 마르티의 시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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