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이해력이 국제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금융이해력이 부족하면 금융사기나 파산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금융교육 국가전략의 추진을 위한 개선과제와 방안'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테스트는 ▲ 100만원을 연이율 2%의 저축성예금에 넣고 추가 입출금이 없는 경우 1년 뒤 얼마가 남아 있나 ▲ 예금계좌에 100만원을 연 2% 복리이자로 5년간 입금해 두면 5년 후 잔고가 110만원을 초과하는가 등 5가지 문항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문항은 ▲ 1000만원을 다섯 형제가 똑같이 나눌때 1명이 받는 돈은 얼마인가 ▲ 물가상승률이 3%이면 1년 후 받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지금 돈을 받아서 사는 것보다 더 많을까 ▲ 어제 친구에게 250만원을 빌려주고 오늘 250만원을 돌려받았다면 챙긴 이자는 얼마인가다.
평가결과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들의 정답률은 63.0%로 국제 평균 정답률 65.8%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테스트를 5점 만점으로 구분하면 4∼5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50.7%, 1∼2점은 19.6%였고 0점도 9.7%에 달했다.
금융기관별 고객의 평균 점수는 은행 3.9점, 보험사 3.1점, 저축은행 2.4점, 대부업체 2.6점으로 조사돼 금융권 고객 간에도 이해력의 차이가 나타났다.
대학생의 평균점수는 3.9점으로 비교적 높았지만 직장 초년은 3.4점, 10년차는 3.3점, 20년차는 3.0점으로 떨어졌다.
은퇴예정자의 평균 점수는 2.9점으로 3점에 못 미쳤다. 은퇴자는 2.7점이었다.
금융이해력이 낮을수록 더 많은 가계부채와 부채상환 독촉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5점 그룹 소비자는 64.8%가 가계부채를 갖고 있고 이중 13.1%가 상환을 독촉받은 경험이 있었다.
0점 그룹은 부채가 있는 비율이 67.9%, 상환독촉 경험이 있는 비율이 26.8%로 높았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 은퇴대비 상품 비중이 줄어드는가 하면 금융이해력이 낮은 그룹의 주식, 파생 등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이해력이 높은 그룹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금융상품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
금융지식이 없으면서 스스로 금융지식이 많다고 자신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약 12%였다.
이들은 지식과 자기확신을 갖춘 응답자보다 금융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3배 이상 높았고 자살이나 도피 등 극단적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조사대상 소비자 중 금융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9.8%에 그쳤다.
그나마도 1회 1시간 특강을 받았다는 사람이 절반에 육박했다.
김 연구원은 금융교육이 소비자보호뿐만 아니라 금융수요 및 금융산업 발전 전략의 수단이 된다며 금융교육협의회를 수요자 중심체제로 전환해 맞춤형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교육지원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금융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생애단계별로 금융의사결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