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초이노믹스 레임덕이 벌써부터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즉흥적이고 책임감 없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사실상의 총선 출마 발언은 경제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가뜩이나 정부 신뢰도가 떨어진 시점에서 최 부총리 발언이 정책 연계가 되지 않으면 구조개혁 등 그동안 추진한 동력이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 후임 장관 선임이 청와대 내각 발표 움직임이 감지된 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최 부총리의 총선 출마 공식화는 이같은 관례를 무시한 처사인 셈이다.
◆ 벌여놓은 일은 많지만 수습은 하나도 못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여러 가지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지만 정작 시장에 효과를 낸 것은 미미하다. 굵직한 선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벤트성 정책에 그치면서 현장을 더욱 악화시켰다.
자신의 치적으로 불릴만한 구조개혁도 남은 임기동안 마무리 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총선에 눈을 돌린 최 부총리의 구조개혁 의지가 올해 초와 같은 공격적 성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주장하던 골든타임은 사라진지 오래다. 지난 1년간 강조하던 노동개혁도 '임금피크제' 하나로 만족하는 수준이다. 이 사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대 턱걸이도 못한 채 다시 2% 후반으로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 총선 출마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수습이 불가능한 경제정책으로 정부도 신뢰성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최 부총리의 임기가 12월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의 입으로 출마를 공식화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빗발치는 부정적 여론을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 정책 연계성은 후순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대 저성장, 청년 취업난, 노동·금융·교육·공공 4대 구조개혁도 표류 중이다"라며 "최 부총리 마음이 경제보다 정치에 쏠린 상황에서 청와대가 빨리 후임 인선에 나서던지, 최 부총리의 연임을 결정하던지 결정을 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 최 부총리 '벌여 놓은 일' 수습할 구원 투수는 누구?
최 부총리가 사실상 정치권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경제수장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부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용두사미'가 되버린 경제정책과 구조개혁 등의 임무를 누가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다.
현재 경제수장을 맡을 인물로 청와대에서는 안종범 경제수석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정치권 인사 가운데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학계에서는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꼽힌다.
이밖에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등도 차기 부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아 내년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어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인사가 부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치적 승부를 앞두고 정부 경제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여당에 긍정적인 국면이 조성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인사가 경제부총리에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의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안 수석은 대구 출신으로, 박 대통령 대선공약의 산파역을 한 경제학자 출신의 정책통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꿰뚫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 청와대에서 최 부총리와 발맞춰 경제정책을 조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경제정책을 이어받을 무난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 수석은 경제이론과 실무에 능한 경제통으로, 꼼꼼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며 시장경제와 개방경제에 대한 믿음이 강한 소신파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재부(옛 재정경제원)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KDI 원장을 지낸 바 있어 기재부 관료들과 청와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정부 들어 KDI 출신이 요직에 중용돼온 점을 고려하면 현 수석은 물론 김준경 현 KDI 원장도 높은 점수를 받을 개연성이 있다.
김 원장은 경제학자로서의 성과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부친인 김정렴씨가 9년 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서실장으로 보좌하는 등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