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10여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5년 4분기 산업기상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물인터넷(IoT)시장의 급성장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전자‧IT 업종과 부동산 규제완화와 공공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호조세를 이어가는 건설 업종은 햇볕이 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계, 자동차, 유화, 철강, 섬유 업종은 ‘흐림’, 조선 업종은 ‘비’로 전망돼 4분기 국내 산업기상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IT업종을 견인하고 있는 품목은 단연 반도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시계,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하드디스크를 대체하고 있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까지 반도체 수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의 대규모 투자계획도 기대감을 더한다. 이밖에 갤럭시 S6엣지플러스 등 신제품 출시에 따른 스마트폰 수출 확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한 OLED, UHD TV 등 프리미엄 TV 수요확대도 전자‧IT업종 상승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수출감소와 경쟁국 통화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실제, 7월까지 러시아시장은 전년동기대비 수출대수가 68.6%나 감소했으며 중동과 중남미도 각각 10.1%, 17.1% 감소해 지금 상황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약화도 심각하다.
기계업종은 중국경기 부진에 엔저가 겹치며 ‘흐림’으로 예보됐다. 당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증가로 업황개선이 예상됐으나 중국경기 부진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업체의 약진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투자둔화로 굴삭기 등 건설기계 현지수요가 감소했고 중국 로컬업체에 밀려 일부 대기업은 연내 공장폐쇄도 검토 중이다.
철강업종 역시 ‘흐림’이다. 중국 경기침체로 자국수요가 둔화되자 중국산 철강물량이 세계시장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 철강가격은 1년새 40%가량 떨어졌다. 또한 통상마찰도 심화돼 상반기까지 한국이 받은 총 161건의 수입규제 중 62건이 철강부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유화업종도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감소와 자급률 상승으로 ‘흐림’이다. 국내 유화업계 매출의 70% 가량은 기술장벽이 낮은 범용제품에서 발생하는데 중국, 중동 국가들이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폴리에스터섬유의 주 원료(PTA: 고순도 테레프탈산)는 중국시장 둔화에 따른 제품가 하락으로 마진이 없고, 나이론소재 주 원료(CTL: 카프로락탐)는 중국 과잉생산으로 팔 곳이 없다”고 전했다. 정유업계도 정제마진이 지난 7월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경영환경 악화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의 정기보수 일정에 따른 가동 중단으로 국내 가동률은 상승할 전망이다.
섬유․의류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4분기 국내생산과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7.2%,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EU 등에서 부진이 지속되는데다 해외 생산공장의 원부자재 현지조달도 확대되는 추세다.
어닝쇼크와 신조 발주량이 급감하고 있는 조선업종은 ‘비’로 전망됐다. 대한상의는 “코스피200에 포함된 조선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1분기에는 –0.97%, 2분기에는 –27.99%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며 “지난해 8월 209척 이었던 전세계 신조 발주량이 올해 8월에는 79척으로 최근 6년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해 업황개선도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글로벌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많은 업종이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제적 구조조정과 제품 고부가가치화 등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시다발적 규제에 대한 속도조절론도 제기했다. 대한상의는 “상당수 업종 관계자들이 동시다발적인 기업부담 증가에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새로운 규제의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산업경쟁력을 감안해서 규제도입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업종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로 다소 다를지 모르지만 최근 엔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화관법, 화평법, 탄소배출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등으로 기업부담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