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 예비 신랑 A씨(30세)는 최근 주말마다 일산.김포를 중심으로 전셋집을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매물이 나왔다는 말에 공인중개소로 향하지만 도중에 팔리기 일쑤고, 이른바 현금박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꺼려하는 집주인도 많아졌다. 운 좋게 집주인이 전세자금대출을 승낙해도 해외국적 소유자여서 무산된 경우도 다반사다.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은 약 5년간 9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전세가격 상승에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자와 저금리 속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지만, 대출자의 상환능력 부족으로 전세자금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이 4779억원에서 7조2643억원으로 15배 이상으로 뛰어 6대 은행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788억원에서 1조777억원으로 약 14배, 기업은행은 821억원에서 6939억원으로 8배 가까이 올랐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5376억원에서 4조1772억원, 6583억원에서 4조4982어원으로 8배, 7배씩 증가했다. 지난 1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도 4배가 넘게 증가했다.
잔액 총액별로는 신한·우리·KB국민·농협·KEB하나·기업은행 순으로 많다. 올해 들어서도 이들 6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5조8146억원에서 18조4925억원으로 16.9% 증가했다.
전세 대출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상승이 가장 큰 이유라는 동시에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할 때 대출자의 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에 상환이 쉽지 않고, 월세로 돌릴 때도 반전세 형태가 대부분인데 주로 전세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넘기는 경우가 많아 대출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세 물량이 줄고 매매·월세로의 이동이 활발하다고 해서 대출자가 기존 차입금을 상환했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며 "전세가격 상승폭이 매물 품귀 현상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올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떤식으로든 전세 대출자의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11년 8월 2억5615만원에서 올해 8월 3억5763억원으로 4년 동안 1억원 넘게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0% 수준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을·겨울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수요가 살아있는 반면 입주 물량은 부족해 전세가격이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전세자금대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