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살아오면서 처음 접했던 세기의 등장물에 대해 강의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삐삐'와 '핸드폰', '인터넷', '채팅방', '네비게이션'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 등에 대한 이슈다.
첫번째 삐삐와 핸드폰이 공존하던 시절, 그때는 공중전화 앞에서 핸드폰 통화를 하는 사람은 이상하다는 인식이 강해 핸드폰의 확산이 이렇게 대중화되리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두번째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는 랜선이 상용화가 안 된 시기라 전화선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너무 느려서 인(忍)터넷 이란 또 다름 이름도 있었다. 영화 접속에 등장했던 채팅방은 하이텔과 유니텔 등 소프트웨어를 통해 접속을 했던 시절이다.
세번째 필자가 2002년 미국에서 렌트카에 설치된 네비게이션을 처음 접했을 때 우리나라는 지도가 너무 복잡해서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적이 있다. 1년 뒤 우연히 일본에서 또 다른 네비게이션을 접했을 땐, 우리나라에서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그로부터 2년 뒤 우리나라에서도 네비게이션이 등장한 것으로 기억한다.
네번째 일본인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옷, 신발은 물론 마트에서 구입해야 하는 먹거리까지 쇼핑하는 풍토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모습을 좋게 안 보는 시선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그런 문화적 인식 때문인지 초기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은 투자비를 오랫동안 회수하지 못하며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4가지 이슈'는 그 당시에는 미래의 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던 현재의 우리 삶을 변화시킨 '세기의 아이템'이 됐다.
그간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에 대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인식이 클수록 미래의 변화 폭을 예상하기가 어렵고, 확산과 변화가 인지된 후에야 마지못해 받아 들이는 사람은 당연히 시대에 뒤쳐질 수 박에 없다. 특히 지금은 변화의 템포가 굉장히 빨라졌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준비하며, 대응하는 법을 알지 못하면 100세까지 사는 것이 오히려 두려운 시대가 됐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트렌드 책이 꼭 등장한다. 트렌드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면 먹는 것, 입는 것, 사용하는 것, 가 보는 것, 자 보는 것 등을 다각도로 접해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며, 그것을 이용해 보고 내 스스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트렌드를 예견할 수 있고 그 흐름에 맞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이 곧 컨버전스형 인간이며, 급변하는 이 시대를 이해하고 리드할 수 있는 인재형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장은아 부동산 상품개발 전문가(한국외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