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노사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경제의 현주소

201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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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최근 중국경기 둔화 등 세계경제 부진과 경쟁국들의 환율전쟁 여파로 대한민국 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유례없는 수출부진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내수위축으로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내세운 4대 부문 구조개혁(공공·노동·교육·금융)도 좀처럼 속력을 내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경제 활력의 주축이 될 노동개혁이 실패하면서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가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노사의 갈등속에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과도한 요구를 사측에 하면서 단체협상 결렬→파업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체질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노동시장 개혁]을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한국 경제의 경고음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07년 11위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해 2014년에는 26위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개월째 0%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출마저 6년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이처럼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잠재성장률 침체'라는 악재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려 꺼져가는 한국경제의 불씨를 피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17개국 가운데 15위로 꼴찌 수준이다.

지표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노동시장은 연공서열형 보상체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노조간 기득권 싸움 등 이중구조가 고착화 돼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심각한 경직화는 1990년대 중반 김영상정부시절부터 거론된 사안으로 IMF경제위기의 주된 요인으로 인식될 정도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996년 말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발생한 2주간의 총파업으로 산업이 마비된 바 있다. 지난 20여년간 노사간 갈등에 따른 극심한 사회 양극화는 지금의 '청년실업 100만명'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최근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높다. 사례별로 보면 정년 65세 연장(현대자동차), 기업의 상장 주식과 부동산 매각해 임금 인상(현대중공업), 성과급 실적 나오기 전 금액 확정(금호타이어) 등이다.

전반적으로 각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는 살아남고, 경직된 나라는 침체와 쇠퇴일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이 노동개혁에 나섰던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국가의 경우 청년고용률이 2013년 기준 40~50%에 달한다. 반면, 스페인, 이탈리아 등 노동개혁에 실패한 나라들의 청년고용률은 1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안정화와 유연성 여부가 국가경쟁력의 기본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기업의 신규채용을 늘리고, 전환 배치나 근로시간 조정 허용을 통해 질적인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노사간 갈등으로 노동개혁이 계속 후퇴할 경우 고용률 하락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정부와 여당이 주도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웡 특임교수는 "노동개혁이 노사정위원회를 떠나 국회로 넘어 가는 순간 정쟁화되어 개혁은 물건너 가는 셈"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하루빨리 만들어서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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