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 국가들이 수천명의 사상자를 내고 나서야 난민 구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독일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영국, 오스트리아 등 적지 않은 국가가 대규모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히고 이미 받아 들였거나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난민은 일단 반색..."수만 명 구제 가능성 열려"
찬 바다 위에서 위험한 시간을 견뎌야 했던 난민들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잡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가 5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헝가리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7일 현재 독일로 들어온 난민 수는 약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로 흘러들어온 난민 수도 1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일랜드 정부도 난민 최소 1만 8000명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만 해도 600명 규모만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던 입장을 바꿔 당초 예상보다 수용 인원을 3배 정도 늘린 셈이다.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었던 영국도 결국 난민을 최대 1만 5000여 명까지 수용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배를 타거나 육로로 대륙을 넘어오게 하기보다는 영국이 직접 난민캠프에서 난민을 데려오는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현지시간) 유럽 내 모든 가톨릭 교구가 최소한 난민 한 가족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유럽권에서의 추가 수용 여부도 관심사다. 5만여 개에 이르는 유럽 내 가톨릭 교구들이 교황의 말대로 최소 난민 한 가구씩을 받아들이면 난민을 최소 10여만 명 이상 구제할 수 있어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유럽은 난색..."유럽연합 역사상 최대 분열 구도”
인도주의라는 명목으로 난민들을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떠밀리듯’ 수용하는 모양새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유럽 국가가 난민을 위해 문을 활짝 연 데는 시리아 난민 아기 아일린의 죽음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3살짜리 시리아 출신 꼬마의 시신이 터키 해변에서 발견돼 세계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난민 사태에 대해 한 발 물러서 있던 국가들이 ‘인도주의’라는 명목 하에 일제히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준비 없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다 보니 수용 환경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난민 수용의 물꼬를 텄던 독일에서조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될 정도다. 당초 예상보다 2배 넘는 인원이 밀려들면서 임시 숙박 시설로 활용하려고 했던 국제 회의장과 실내 경기장 등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이틀간 1만 5000명 정도의 난민이 밀려 들어오자 난민 수용이 긴급 조치였던 만큼 단계적으로 국경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내에서 난민 정책 관련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독일·프랑스 등은 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헝가리·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U 창설 이후 최대 분열 구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 내 분열 조짐이 심각해지자 EU 집행위원회(EC)는 오는 9일(현지시간) 난민쿼터제 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난민 쿼터제는 회원국의 경제력과 인구, 실업률 등을 고려해서 난민을 할당 수용하는 방안이다. EC는 지난 5월에도 이 안을 제안했지만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때문에 일정액의 분담금을 내고 난민쿼터제를 한시적으로 면제할 수 있는 방안까지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U 내 찬반 입장이 팽팽해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