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구상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최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리는 터키 앙카라에서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한 자리에서 "동북아개발은행은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동북아개발은행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대북지원 기구로 설립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동북아개발은행을 통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한중(韓中) 협력, 남북중(南北中) 협력 등 여러 수준의 협력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면담에서 동북아개발은행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동북아개발은행이 북한 외에 중국의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 등 동북아 개발에 특화하면 중앙아·동남아 등 아시아 전역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중국 주도의 AIIB와 상호 보완관계를 형성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와 러우 부장은 올해 안에 공식 출범할 예정인 AIIB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할 것을 재차 확인했다.
러우 장관은 또 내년도 G20의 우선 과제로 다자개발은행(MDB) 부문의 협력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에 최 부총리는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최 부총리와 러우 부장은 최근 불안안 모습을 보인 중국의 경제상황을 놓고도 의견을 교환했다.
최 부총리는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앞으로 연착륙할 것으로 본다"며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의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러우 부장은 "중국 경제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이 크게 성장하는 등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성장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성장을 자신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3일(현지시간) 제브데트 일마즈 신임 터키 경제부총리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일마즈 부총리는 "한국의 성공 스토리는 개발도상국들에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 부총리는 중국 성장 둔화, 미국 금리 인상 가시화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대해 세계경제 최상위 포럼인 G20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최 부총리는 "G20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의식을 갖고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G20이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 마무리, 다자간 통화스와프 구축, 지역금융안전망 강화 등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정책 공조를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