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이 이르면 다음 주 중국 산업스파이에 대한 이례적인 경제제재안을 공개한다.
이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 해커 소탕 의지를 드러내고,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을 계기로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억누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금주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 경제제재안이 이미 완성된 상태며, 미국 노동절(7일) 직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제재 조치가 산업스파이 활동 및 미국의 무역 기밀 등을 절취하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수개월 동안 다양한 제재 조치들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오바마 행정부는 제재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이같은 제재조치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얼마나 큰 불만이 쌓였는지를 시사한다.
미국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고문은 "이번 경제제재는 미국이 중국 산업스파이의 해킹 행위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중국에 확실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경제제재 발표 시기를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시 주석의 방문 이후 공개를 주장해왔으나, 사법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을 이유로 빠른 공개를 촉구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중국을 심하게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중국이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즉각적인 시행은 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이버 경제제재 조치가 일부 분야에서 미중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미국이 새로운 제재안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유대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비관적인 의견이 제기됐었다. 동시에 중국 사이버 해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 내 산업스파이 사건이 최근 53% 증가했으며, 중국이 주된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FT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시 주석이 사이버 경제제재 문제를 비롯해 미국 대선 후보들의 '중국때리기' 행보,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 방문 등 세 가지 껄끄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오는 22~27일 교황의 미국 방문으로 시 주석의 방미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