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공장·마트 등 전기사용자가 아낀 전기를 내다파는 ‘수요자원거래시장(수요시장)’이 성과를 내면서 급성장할 조짐이다. 19억 인구가 4개월 간 사용할 수 있는 절감효과를 맛보는 등 새로운 전력시장의 ‘산실’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수요자원 거래시장 운영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개설 이후 1300여 전기사용자가 참여해 전력 2440MW을 절약했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요시장이란 공장·빌딩·아파트 등 전기소비자가 절약한 전기를 수요관리사업자를 거쳐 전력시장에 팔수 있는 제도다.
사례를 보면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A제철은 수요시장 참여 후 재고량에 따라 조업일정을 탄력운영, 고효율 LED 등 에너지효율화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106억이었던 전기요금을 95억으로 줄었다.
A제철은 연간 약 23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정산금이 모아지면 에너지효율 향상 설비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강원도에 위치한 리조트의 경우도 겨울철 인공눈 생산 등 과도한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 발전기를 설치, 아낀 전기로 연간 약 6000만원의 정산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정산금은 발전기 연료비 및 유지보수 비용에 일부 충당하는 등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물론 수요시장 참여 기업만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전력판매사인 한전의 LNG 등 피크발전기 가동도 줄게 됐다. 피크발전기 감소에 따른 전력구입비 절감은 매월 6억원 가량이다.
개설 8개월 만에 전력거래 중개역할자인 수요관리사업자도 11개사에서 파워텍발전기·포스코ICT·한국엔텍·효성 등 15개로 증가했다. 수요관리사업자가 증가하면서 현재 170여명이 수요관리운영·에너지 컨설팅·고객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 고용효과도 켜졌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 기업의 수요반응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관리를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소프트웨어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의 경우를 보면 미국은 1300여개 수요반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2013년 1조7000억원에서 2023년 11조원 규모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0년까지 20% 에너지효율 목표달성을 위해 수요시장 도입에 적극적이다. 프랑스·영국 등도 시장 활성화 단계인 만큼 우리나라의 에너지 신산업인 ‘수요시장’ 성과 시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성열 산업부 전력진흥과장 김성열 산업부 전력진흥과장은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국민 스스로가 전기를 아껴 수익을 창출하는 등 에너지 신산업을 위해 아시아 최초로 개설했다”며 “현재 170여명이 수요관리사업 업무를 수행 중이나 2017년까지 200여명의 추가 고용을 예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어 “수요관리사업자의 출현으로 피크감축 및 전기사용 절감 뿐 아니라, 에너지컨설팅과 에너지혁신기기 사용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면서 “대학·놀이공원 등 대규모 수용가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하는 수요관리사업의 새로운 영역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