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드라마 ‘대망’ ‘로즈마리’ ‘해신’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2009 외인구단’ 등 브라운관을 넘나든 박정학에게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분기점이 됐다. 너무나 강렬한 탓인지 자꾸만 강한 캐릭터들 위주로 섭외가 들어왔다. 지난 6월 24일 개봉된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제작 로제타 시네마)에서는 ‘악의 축’ 북한군 이대준 함장 역을 맡았다.
지난 7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박정학은 “‘연평해전’을 본 사람들이 저한테 나쁜놈이라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연평해전’ 초기 시나리오에는 북한군을 조명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대준 함장을 비롯해 전투를 나서기 전 병사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지만 사정상 편집됐다고. “고깃국 좀 많이 먹여라”라면서 수하 병사들을 다독이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이후 악연 전문배우가 됐죠. 사실 ‘해신’ ‘대망’ ‘태왕사신기’ 등 장군 전문 배우였는데 말이죠(웃음). 캐스팅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고,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강한 쪽으로만 들어오는 것 같아서요. 연극 때는 블랙코미디 위주의 연기를 많이 했지만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니까요.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에서 박미선 씨 남편으로 출연했다가 120부작이 27부작으로 조기종영된 일이 있었죠. 그게 제일 아쉬워요. 당시 MBC에서 시트콤을 없애자는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저는 운이 좋은 편이죠. 연극배우가 다른 매체로 갈 비율을 따져보면 1~2% 정도일 거예요. 대학로에 가면 연기를 잘하면서 신선한 배우들이 많죠. 그런데 무명으로 십수년간 활동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연기를 가르쳤던 학생 중에 가장 유명해진 친구가 변요한이죠. 앞으로도 꾸준히 후배들을 양성하고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박정학은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며 “제일 성취감이 있다. 아내도 나에게 제일 행복해 보인다고, 가장 멋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역할은 가리지 않을 겁니다. 악역도 계속 할거고요(웃음). 하지만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게 많아요. 그 몫은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연기를 선보일 박정학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