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에 "롯데는 일본 기업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1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일본 롯데홀딩스 연결 실적 공시에 대한 해설 기사를 실었다.
니혼게이자이는 "롯데그룹의 2014년 매출액은 6조5000억엔을 기록할 것"이라며 "일본에 본사를 둔 비상장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상장 기업 중에서는 도쿄 전력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한다. 롯데는 앞으로 한국 외에서 사업 확대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롯데 전체 매출 가운데 한국 롯데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일본은 약 3000억엔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의 합이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매출 비중은 유통(40%), 중화학·건설(30% 미만) 등으로 분석됐다.
결국 한국에서의 매출 크기 등과 상관없이 일본 언론은 롯데를 일본에 본사를 둔 비상장 일본 기업으로 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 지분 거의 대부분(99.28%)을 일본 롯데홀딩스와 12개 'L제○투자회사', ㈜패밀리 등 일본계 롯데 계열사나 주주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는 지난 3년동안 한국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배당도 받았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롯데는 한국외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껌이나 초콜릿 등의 과자 사업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면세점 등도 확대한다"고 보도했다.
호텔롯데가 '외국인기업'이라고 밝힌 보고서도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 1분기 보고서에서 "주식회사 호텔롯데(이하 연결회사)는 1973년 5월5일 관광호텔업을 목적으로 설립돼 1979년 12월31일에 일본 소재 롯데물류 등이 출자한 '외국인투자법인'으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외국법인'이라고 밝힌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꼬여 있어 한국과 일본 둘 중에 어느 나라 기업인지 명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