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말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투자수익에 눈을 돌린 수요자들이 여전히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매 법원에 늦게 도착한 40대 여성은 부랴부랴 '기일입찰표'를 배부받고 양쪽에 마련된 칸막이에서 동료와 한참을 의논하며 입찰가를 결정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며 고민하던 30대 남성도 입찰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정신없이 입찰가를 결정하고 봉투를 투명한 입찰통에 넣었다.
'바람잡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시세를 잘 알아야 낙찰 가능성이 커진다'며 고민하는 60대 남성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가더니 들리는 목소리로 '얼마 적었냐'고 묻는 등 말을 걸었다.
이날 첫 낙찰 품목은 감정가 3억8000만원인 서울시 은평구 진광동에 위치한 은평뉴타운 제각말아파트였다. 낙찰가는 4억3825만원으로 경기도 일산에서 온 30대 여성이 주인공이 됐다. 입찰가격이 공개되자 여기저기서 놀라는 듯한 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낙찰가율 100퍼센트를 훌쩍 넘은 수치다.
낙찰받은 여성은 "해당 감정가가 2013년도에 책정된 금액이어서 시세에 비하면 싼 금액이다"면서 "투자 목적으로 낙찰했다"고 말했다.
감정가 12억2000만원에 나온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외 '2필지' 등도 12억361만200원에 낙찰됐다.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부 사람들은 차라리 좀 더 비싸더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품목은 한정돼 있고 경매 참가자들이 늘어나면서 낙찰가율이 80~90%에 도달하며 부동산 경매 과열 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월별 경매 통계를 조사한 결과 △3월 91.1% △4월 91.7% △5월 89.6% △6월 90.4% △7월 93.3%이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3%은 2007년 3월 94.2%를 기록한 이후 8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경매 법원을 찾는 사람들은 낙찰가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세보다는 낮기 때문에 이 곳을 찾게된다고 입을 모았다.
성북구 보문동에서 경매 법원을 찾은 50대 여성은 "요즘은 낙찰가율이 너무 높아서 경매의 장점이 사라지긴 했지만 자동차 한대 값이라도 줄여보고자 경매로 아파트를 구매할 결심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의 원인으로는 경매물건감소로 인한 경쟁상승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또 하반기에는 정부의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로 인한 부동산 심리위축, 미국 발 금리인상 및 중국 발 주식시장 폭락 등 실질적 대외 변수가 생긴다면 가을이사철을 기점으로 낙찰가율이 다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 한해 주택경기가 지속적으로 살아나고 일반 부동산 거래가 대폭 증가하면서 경매시장까지 아파트 물건이 오지 않고 있다"며 "더불어 저금리 기조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낮아지면서 이자 연체로 인한 경매물건이 줄어드는 것도 역할을 하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