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 번 꺾인 소비가 스스로 살아나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좀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 소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임금이 늘어야 하는데 향후 먹거리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니 임금 인상은커녕 짤리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경제가 침체되면 임금 인상이나 고용 회복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저앉은 자산가격이라도 상승시켜 꺼져가는 소비의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 이른바 '부의 효과'이다.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돈을 풀기 시작한다. 이러한 부양책으로 자산가격이 하락을 멈추고 제가격을 찾기 시작하면서 부의 효과가 발휘된다.
집을 담보로 소비하다 한순간에 버블이 터져 전세계를 고생시킨 미국의 자산시장은 더블딥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견조한 상승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은 금융위기 이전 가격을 회복했고, 주가는 이미 전고점을 돌파한 지 오래다. 이런 자산시장의 상승은 소비로 이어지며 경제를 회복시켜 금리 인상을 논할 정도가 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부의 효과보다는 버블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큰 것 같다. 내년부터는 주택자금을 대출받을 때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아닌 DSR(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기준으로 한다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은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 온기가 돌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매달 지출되는 대출상환액 중 이자는 비용이지만 원금은 부채를 감소시켜 가계재무재표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므로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것이 맞다. 대출평가시 원금상환액까지 포함한다면 슈바베지수가 높은 중산층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투자 수요까지 줄어들게 만들어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명한 소비는 투자에서 시작된다. 근검절약과 선저축 후지출은 기본이지만 기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투자를 해서 잉여소득을 만들어 내고 잉여소득으로 소비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