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론의 반응이 영 탐탁치 않다. 시대변화의 산물이라고 보는 시각보다 시기상조라는 반감이 더 크다. 일부에서는 종이통장 퇴출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킹이나 전산오류 문제다. 금융거래 내역 및 잔액 상황 정보가 왜곡될 경우 '내 돈을 못찾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미 은행 및 카드사들의 개인정보유출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됐던 경험 탓이다. 금융사고에 노출돼 내 신용정보가 노년층에 대한 차별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노년층은 종이통장을 받을 수 있다. 또 종이통장을 원하는 사람은 통장발행 비용을 내고 발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노년층도 떠밀려 디지털통장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물론 금융당국의 취지는 좋다. 통장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고, 무엇보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이 일반화돼있는 시대다. 무통장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당장 9월부터 통장을 안받는 사람에게는 금리 우대, 수수료 경감, 경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하니, 저금리 시대에 반가운 이벤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통장 폐지 정책에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들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보안우려가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종이통장이 주는 신뢰성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