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일본식 저성장기 유망주 뜬다

2015-07-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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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 '나홀로족'인 30대 초반의 직장인 이솔로 씨는 평소 퇴근 후 주로 편의점 도시락이나 가정식 대체식품(HMR)으로 끼니를 해결하지만 주말이 되면 친구들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멋진 저녁을 즐긴다. 자전거를 타거나 애완견과 산책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기위해 홍콩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일본 불황기의 소비지형도가 우리 경제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청년실업, 고령화, 이혼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가 늘면서 나를 위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인구가 늘고 있어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식자재·여가생활·제약 관련주가 불황형 소비주로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 대장주인 BGF리테일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주가가 148% 가까이 급등했다. GS리테일도 93% 올랐다.

이마트 자체브랜드 '피코크'로 HMR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주가는 92% 넘게 상승했다. 소량포장 식자재를 생산하는 오뚜기와 풀무원도 72%, 82% 올랐다.

개인의 취미를 향유하는 인구가 늘면서 여가주도 상승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80.3%로 2인 가구(70.2%)는 물론 4인 가구(76.0%), 5인 이상 가구(75.7%)를 웃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하나투어와 참좋은레져의 주가상승률은 각각 114%, 74%에 달했다. 이 외에 애견 백신을 제조하는 중앙백신과 오락·문화 관련주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도 수혜주로 손꼽히고 있다.

이는 일본 불황기인 1990~2003년의 모습과 흡사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990년1월부터 2003년6월까지 일본 대형주 인덱스 토픽스(TOPIX)는 70% 넘게 하락한 반면 제약·식품·소매 업종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일본 식재료 기업인 하우스푸드와 카오의 상대수익률은 40%, 200%를 기록했다. 프랜차이즈 기업 오쇼와 편의점 업체 이온도 각각 70%, 100%에 달했다.

특히 일본의 소비가 가치지향적으로 바뀐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이른바 '작은 사치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시기 요식업 기업인 사토레스토랑의 토픽스 대비 상대수익률은 50%포인트 높았다. 악기 기업인 야마하와 스포츠 기업 미즈노는 각각 280%포인트, 90%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석원 NH투자증권 연구원 "최근 쿡방(쿠킹과 방송을 결합한 신조어)으로 대변되는 합리적 소비와 작은 사치 관련 종목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라며 "주식시장은 고령화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한국 경기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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