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침체의 늪에 빠진 글로벌 조선업계의 향방이 29일 결정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이날 오후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2개 회사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적은 있으나 3사가 한날 공개하는 것은 빅3가 설립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관련기사 9면)
한국 조선산업의 최악의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날이라는 점에서 이날은 조선산업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부진한 실적은 이미 알려졌다. 빅3는 이날 부실의 핑계를 구차하게 둘러댈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겠다는 향후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이들의 부실이 한국만의 위기라고 볼 수는 없다. 조선 빅3가 글로벌 조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조선 빅3의 선박 수주잔량은 2487만6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글로벌 조선업계 총 수주잔량 1억899만7000CGT의 22.8%를 차지한다. 현대미포조선과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까지 더하면 3493만1000CGT로 한국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2.0%까지 상승한다.
해양플랜트 수주 규모는 공식적인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이 시장에서의 빅3의 비중은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경쟁업체들이 주로 기존 선박 등을 플랜트로 개조하는 사업에 집중하는 데 반해 한국의 빅 3는 신조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다.
이는, 조선 빅3가 부실로 무너질 경우 글로벌 조선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과 일본 등 조선 분야 경쟁국가는 물론 유럽과 중동 등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와 오일메이저들도 이날 3사 실적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빅3가 발표한 부실 규모는 전 세계에서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본과 중국 등 조선사들은 많지만 한국에 일감을 맡기는 이유는 그래도 한국이 가장 잘 만들어준다는 신뢰 때문이다”면서 “만약 빅3가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대폭 개선할 경우,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 플랜트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조선소를 찾기 어렵다. 일본과 중국이었으면 더욱 큰 부실을 야기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금융지원이 막히면서 조선업이 총체적 난관에 빠졌다. 올해 수주 급감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일본도 엔저 현상으로 반짝 부활했지만 2~3년후 부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의 조선산업도 벼랑 끝까지 몰렸다. 이런 상황에 빅3 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상황은 조선산업 붕괴라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를 빅3의 대응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고 있다. 빅3가 묘수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사태는 전 세계로 확산돼 세계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