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안보·경제 논의와 가문의 뿌리찾기라는 두 가지 임무를 지니고 케냐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3일간의 짧은 케냐 방문은 '개인 오바마'의 금의환향을 온통 환영하는 가운데서도 '대통령 오바마'로서 현지 인권과 부패 문제를 놓고 미묘한 충돌 양상을 보였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케냐 방문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 였으나 일부 불협화음도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케냐대학생연합의 바부 오위노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케냐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며 "그의 배경을 보면 우리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많은 학생들이 그를 사랑한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종족 갈등이 뿌리 깊게 자리잡은 케냐에서 집권 키쿠유족이 아닌 루오족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종족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방문은 종족화합 메시지를 심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얄샤바브에 맞설 양국간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을 약속하고, 아프리카의 경제적·정치성 성장을 높이 평가하는 등 공식 일정의 분위기도 긍정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2017년 퇴임 후 케냐와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재능을 키우고 이 나라와 세계를 번영시킬 지도자와 사업가를 길러내는 일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의 반(反) 동성애법 폐기를 촉구하며 케냐타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법을 지키고 다른 이를 해치지 않는 시민에 대해 단지 그들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다르게 대하거나 학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케냐의 부패 문제에 대해 "만연한 뇌물이 케냐의 빠른 성장을 막는 최대 걸림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케냐다 대통령은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충고를 수용하면서도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케냐가 공유하지 않는 가치, 우리 문화나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가치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런 갈등 노출은 2007년 케냐 대선 개표부정 시비에 따른 유혈 폭동 과정에서 케냐타 현 대통령이 반인륜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것을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방문을 비판하는 자국 내 목소리를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