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속으로] 무한 잠재력을 가진 3선 도시- 산둥성 웨이팡을 가다

2015-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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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웨이팡[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산둥(山東)성 하면 많은 한국인들이 칭다오(靑島), 옌타이(煙臺), 웨이하이(威海)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웨이팡(濰坊)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총 면적 1만6100㎢, 인구 925만명, 지역 경제 총생산액 4787억 위안(약 88조7700억원), 경제성장률 9.1%, 승용차 보유대수 100만대. 모두 2014년 기준 웨이팡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인 존스랑라살(JLL)은 매년 중국 60대 도시 보고서를 발표해 중국 내 급성장하는 도시에 주목한다. 올해 60대 도시 보고서에서 웨이팡이 당당히 41위로 꼽혔다. 웨이팡은 우루무치(烏魯木齊), 옌타이, 란저우(蘭州), 주하이(珠海) 등 도시와 함께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3선 도시 중 하나로 주목 받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이달 초 전 세계 8개 국가에서 아주경제를 포함, 10개 매체를 초청해 '디스커버리 웨이팡' 행사를 가졌다. 이를 통해 웨이팡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발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3선 도시들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 중국 제조업 굴기의 상징 – 웨이차이그룹

웨이팡의 경제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동부에 위치한 웨이팡 가오신구(高新區·첨단기술산업개발구)다.

지난 1991년 설립돼 이듬 해 국무원으로부터 국가급 첨단기술산업개발구로 인정받았다. 중국 전체 130개 국가급 첨단기술산업개발구 중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 면적 110㎢의 개발구엔 인구 35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자동차 장비제조, IT 소프트웨어, 3D프린터, 바이오의약 등 첨단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왕셴링(王獻玲) 웨이팡 부서기 겸 첨단기술산업개발구 담당 서기는 “최근 들어 첨단기술산업개발구는 개발과 혁신을 통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첨단기술 산업, 현대서비스업, 도시화 발전을 통해  웨이팡시를 과학기술 혁신 도시로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차이그룹 본사 전경 [사진=웨이차이그룹 홈페이지]


이곳에 입주한 웨이차이그룹(潍柴集團)은 웨이팡을 대표하는 첨단기술 개발기업이다. 1946년 설립된 웨이차이는 총 자산 1369억 위안, 연간 매출 1000억 위안이 넘는 중국 명품 디젤엔진 그룹이다. 미국·프랑스·독일 등에 진출해 전 세계적으로 7만40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포춘 중문판이 꼽은 중국 500대 기업 순위에 70위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해 보다 28계단 껑충 뛴 순위다.

2012년 이탈리아의 세계 최대 호화 요트 제조사인 '페레티'에 이어 독일 최대 지게차업체 '키온' 지분을 연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제조업계를 깜짝 놀래 킨 바 있다. 세계 각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해 2020년까지 연간 매출 2000억 위안, 세계 500대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웨이차이그룹은 제조업 굴기의 대표 기업으로서 중국 지도부의 신임도 받고 있다. 웨이팡을 방문하는 중국 지도자들이 빠지지 않고 웨이차이그룹 본사를 방문할 정도다. 지난 10일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경제좌담회에 웨이차이동력 탄쉬광(潭旭光) 회장이 중국 제조업계 대표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 제2 알리바바를 꿈꾸는 청년들 – 소프트웨어단지

중국 지도부가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을 제창하고 있는 가운데 웨이팡 현지에서는 중국 경제 미래를 책임질 젊은 청년들의 창업 열기도 뜨거웠다.

뜨거운 창업 열기를 보여준 곳은 웨이팡 첨단기술개발구에 소재한 웨이팡 소프트웨어단지. 총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 넘게 투자해 만든 이곳엔 200여개 IT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있다.

현재 웨이팡시는 청년창업을 위한 각종 우대혜택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2년간 임대료가 면제된다. 입주 3년째가 되면 전체 임대료의 50%만 내면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웨이팡첨단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는 매년 3000만 위안을 IT소프트웨어 발전기금으로 배정해 기업 연구개발·인재배양·기술플랫폼 구축·시장 마케팅 등에 활용하며 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학 졸업 후 창업 전선에 곧바로 뛰어드는 젊은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둥미디어 어위펑 회장[사진=배인선 기자]


웨이팡 소프트웨어단지에 입주한 중국 토종 애니메이션 업체 중둥미디어(中動傳媒)을 창립한 어위펑(鄂玉鵬) 회장이 대표적이다. 쓰촨성 요리학교를 졸업한 후 각종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지난 2009년 웨이팡에서 중둥미디어를 창업했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는 한국 기업측의 위탁 주문을 받아 중둥미디어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근래 들어 중둥미디어는 주문자 위탁생산 방식에서 점차적으로 자체 컨텐츠 생산을 늘리며 산둥성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중둥미디어가 자체 생산한 애니메이션 2편이 이미 중국 국영 중앙(CC)TV에 방영됐을 정도다. 

어위펑 회장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중국 인터넷 플러스 시대를 맞이해 'TV 영화 애니메이션 기업'에서 '인터넷 애니메이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전통산업의 현대화 – 연의 도시

웨이팡하면 흔히 연을 떠올릴 만큼 웨이팡은 ‘연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연을 만든 나라다. 그리고 웨이팡은 바로 연의 발상지다.

웨이팡 '연 박물관' 정문에 세워진 중국 '연의 시조' 노반의 동상. [사진=배인선 기자]


연을 처음 만든 사람은 춘추전국시대 장인의 신으로 추앙 받는 노반(魯班)이다. 노반이 대나무를 깎아서 새 모양의 연을 만들었는데 사흘간 내려앉지 않았다는 기록이 ‘묵자·노반편’에 나온다. 웨이팡에는 그를 모신 동상도 곳곳에 세워져 있다.

초 나라 왕 항우를 몰락시킨 '사면초가(四面楚歌)' 역시 연을 이용한 작전이었다. 유방의 부하 한신이 소가죽으로 만든 연에 바구니를 매달아 피리 잘 부는 병사들을 태워 망향곡을 부르도록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디스커버리 웨이팡' 취재단이 직접 연 날리기를 체험하고 있다.[사진=배인선 기자]


웨이팡은 2000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 연 문화의 발전을 위해 1984년 4월부터 매년 웨이팡 국제 연날리기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32회를 맞이한 웨이팡 국제 연날리기 대회를 통해 웨이팡은 이미 전 세계에 연의 도시로 각인됐다.  

웨이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통 연 문화를 현대화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웨이팡 메이춘(眉村)의 왕자좡쯔(王家庄子) 마을은 중국 내 연 생산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연 생산기지다. 오늘날 연은 왕자좡쯔 마을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이곳에 있는 60여개 연 제조공장에서 매년 8000만개의 연을 생산해 이중 70% 이상을 유럽 미국 등 해외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연간 연 생산액은 2억 위안(약 371억원)에 달하고 있다. 4000여명이 거주하는 왕자좡쯔 마을 사람들의 절반이 연 생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다. 연 설계·재단·재봉 등 생산에서부터 판매, 수출까지 모두 마을 사람들이 담당한다.

2011년부터는 마을에서 전용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개설해 인터넷 판매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왕자좡쯔 마을에서 생산하는 연의 30%는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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